다음 날도. 그 다음 날에도.


유코는 변함없이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


보건실에서의 사건 같은건 없었던 것 처럼.



또, 최근에는 돌아갈 때, 유코와 반드시 만나기로 되었다.


" 걱정되니까 "

" 보내줄게 "


반드시 말해주는 그 말.


거절하지 못하고, 라기 보다는 오히려 '확인' 을 위해 그 초대에 응한 나.


물론, 유코와 걷고있을 때는 뒤에서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발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며칠만에 나는 확신했다.


스토킹의 범인은 유코라고.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거야?


라고 본인에게 물을 수 없는 것은, 나는 겁이 많으니까.


만약 따지거나 했을 때, 무슨 짓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서워서.


그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없다.


나는, 정말 안되는구나.


이대로라면 점점 더 다카미나나 하루나에게 신경쓰게 해버린다.


일단 두 사람에게는 범인이 유코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말해두었다.


지각대왕에 강의도 별로 나오지 않는 하루나는 그런 나를 걱정해서 매일 같이 강의를 들어주게 되었다.


다카미나도 매일 마중을 나와준다.


정말 감사하고 있다.


좋은 친구를 가졌다고 재차 실감했다.




" 아츠코, 오늘 집에 안올래?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를 빌렸거든 "


오늘 마지막 강의가 무사히 끝나고 허겁지겁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다카미나가 상냥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즐거운 유혹에, 나는 곧바로 끄덕였다.


" 응! 갈래! "


이걸로, 오늘의 돌아가는 길은 유코를 보지 않고 끝난다.


다행히 이 강의를 듣지 않는 유코에게는, 이것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테니까 괜찮을 터.


게다가 다카미나와 우리 집은 반대 방향이니까.


절대 따라 올리가 없다.


" 어, 하루나는? "


조금 전까지 옆에 자고 있던 그녀는, 어째선지 어디에도 없다.


" 지금 바로 나갔어. 볼일이 있다던데 "


내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가버린 것 같다.


뭐야, 하루나도 같이 가자고 생각했는데.


입술을 삐죽이면 다카미나가 쓴웃음을 흘렸다 .


" 아무튼 아무튼. 모두 시간이 빌 때 3명이서 놀면 되잖아 "

" 그러게. 좋아, 돌아가자! "


짐을 정리하고, 나는 다카미나의 손을 잡고 강의실을 나왔다.


그런 우리들을 바라보는 사람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하고.



대학교를 나오고, 평소와는 다른 돌아가는 길을 천천히 걷는다.


다카미나의 집은 먼데다가, 강의가 끝나면 아르바이트가 있는 것 같아서 빨리 돌아가버리니까.


이렇게 돌아가는 길에 노는 것은 오랜만이다.


" 오늘은 알바 쉬나보네 "

" 알바? 응, 뭐 휴가일까 "


애매하게 대답하는 다카미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나는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 다행이야. 언제나 혼자서 돌아가는게 불안했으니까 "

" 아ㅡ, 역시 그렇구나. 내일도 혼자잖아. 괜찮아? "

" 아, 응. 아마도 "


불필요한 것을 말해버렸다, 하며 조금 후회.


쓸데없는 걱정따위 시키고 싶지 않은데.


" 아마도라니....... 아, 뭣하면 같이 살래? 그러면 안심이잖아 "

" 그거 하루나에게도 들었어ㅡ.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니까 "


역시 사이가 좋으면 생각하는 것도 같아지는 걸까?


걱정이 많은 친구들에게 무심코 쓴웃음.


" 에ㅡ, 하지만 걱정이니까 "

" 괜찮아, 괜찮아. 그것보다 배고파 "

" 네 네. 뭐라도 사갈까 "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서, 곧바로 화장실에 들어간 다카미나를 배웅하면서 신경이 쓰이는 잡지를 손에 잡았다.


이거 발매했었구나.


나중에 사야지.


그 잡지를 팔랑 팔랑 넘기다 원래의 위치에 되돌렸을 때.


조심스레 어깨를 두드려졌다.


뒤돌아보면, 거기에는 있을 리가 없는 유코의 모습.


빨라지는 심장 소리.


" 어, 유, 코 "


당황해서 거리를 두었다.


목소리는 놀랄 정도로 뒤집혔다.


" 잠시만, 와봐 "


몹시 진지한 눈동자.


저항할 틈도 없이, 나는 가게의 모서리로 끌려갔다.


" 뭐, 뭐야, "


떨고있는 나의 어깨를 꽉 잡은 유코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지금까지 말할 수 없었지만...... 그 녀석에게서 떨어지는게 좋아 "

" 에? "


' 그 녀석 '


혹시, 다카미나를 말하는 거야?


" 나, 앗짱을 좋아해서! 그, 항상 앗짱에게 붙어있는 다카미나한테서, 지키고 싶어서...... "


거짓말이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거야?


자신이 스토커라는걸 숨기기 위해서?


이젠 무리야.


신용할 수 없다.


" 부탁이니까, 이상한 거짓말은 하지마 "


다카미나가 스토커?


그럴 리가 없잖아.


고등학생 때 부터 계속 같이 있는,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친구인걸.


" 거짓말같은게, "

" 어, 유코잖아 "


어느새 화장실에서 나온 것 같은, 유코의 뒤에서 나타난 다카미나.


유코를 보는 다카미나의 눈은 조금 날카롭다.


" 이런 곳에서, 무슨 일이야? "

" 아, 아니 별로 "


유코는 어색한듯이 시선을 피하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으니까, 아마 돌아간 것 같다.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 다카미나, 고마워 "

" 아니야 "


안도하면서 감사를 말하면, 씩 부드러운 웃음을 지은 다카미나.


그런 그녀에게 웃음을 돌려주고, 답례의 표시로 마음껏 안겼다.


주위의 시선이 아파서, 금새 떨어졌지만.


다카미나는 안는 느낌이 너무 좋으니까, 나도 그만 안고싶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무사히 저녁을 사고, 다카미나의 집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고 그리고 영화 감상.


기대 이상의 재미에, 다카미나가 의외로 센스가 좋단 점에 놀랐다.


속내를 시원스럽게 말했더니 다카미나는 불만인듯이 보였지만.


퉁퉁 부운 모습이 재미있어서 무심코 웃어버렸다.


이런 평소대로 돌아온 느낌이 정말 안심이 되었다.


항상 집에 돌아가도 불안밖에 없었는데다.


오늘은 제대로 잘 수 있겠다.


안심을 주는 친구에게 고맙다.


먼저 욕실을 빌리고, 내가 나오자마자 다카미나가 이어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거실.


혼자서 기다리는 이 공간은 당연히 심심해서.


말없는 전화가 무서워서 밤에는 휴대폰의 전원을 꺼버리니까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TV를 보는 것 밖에 없지만.


이 시간대에 하는 거라곤 그다지 재미없을 것 같은 프로그램만 잔뜩.


처음엔 소파에서 빈둥거리고 보고 있었지만, 몇 분 지나자 질려버려서, 나는 한숨을 쉬면서 화장실에 갔다.


어두운 복도에 지나서 화장실에 들어가 용무를 끝마치고​​.


화장실 문을 닫고, 전기를 껐을 때.


문득, 가장 안쪽의 방에서 빛이 약간 새는 것을 깨달았다.


다카미나가 사는 맨션은 넓어서, 침실과 기타 방이 2개 있다.


침실에 들어간 적은 있지만, 안쪽과 앞쪽의 방에 들어간 적은 없다.


뭐가 있을까.


보고 싶다.


약간의 호기심.



      그게, 잘못한 것이다.


기다리고 있는 공포따윈 전혀 모른 채, 나는 가장 안쪽의 방문에 손을 뻗었다.


방안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 뭐야, 이거 "


몸이 경직됐다.


나의 사진으로 가득찬 벽이나 천장.


책상에 놓여있는 것은 내가 편의점에서 버렸을 터인 피 문자로 쓰여진 편지.


공포로 떨리는 입술.


거짓말이다.


다카미나가, 이런 짓을 하다니.......


동요하면서도 각각의 사진을 보고, 바로 위화감을 눈치챘다.


이상해, 이거.


대부분의 사진이 숨어서 찍은듯한 것들이 잔뜩.


카메라 시선의 사진은 거의 없다.


문득 눈에 들어온 사진을 보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 ...... 이것은 최근 의 "


요전에 산지 얼마 안된 옷을 입고있는 나는, 겁먹은 듯한 표정으로 밤길을 걷고 있다.


뒷모습, 뒤돌아보는 모습, 나아가서는 혼자서 편의점에 들어가려고 하는 모습까지 찍혀있어서.


' 그 녀석에게서 떨어지는게 좋아 '


문득 유코가 말해준 말이 뇌리를 스친다.


아아, 유코는 사실을 말했던 거구나.


혹시, 지금까지도 정말로 지켜주려고 하고 있었어?


유코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던 자신이 원망스럽다.


이제 돌아가자.


다카미나는 위험하다.


내일 적당히 변명하면 된다.


그리고, 한 걸음 뒷걸음질 했을 때.


톡.


등에 무언가가 부딪쳤다.


황급히 뒤돌아보면, 거기엔 파자마 차림의 다카미나가 있어서.


" 봐버렸구나 "


그렇게 말하고 입꼬리를 올리는 다카미나의 눈은 웃고있지 않다.


싸아.


등이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


"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말할게 "


일단 말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는 다카미나.


" 나 말야,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아츠코를 계속 좋아해. 그래서, 계속 보고 싶어서. 그래서, 유코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면서 항상 아츠코를 지켜보고 있었어 "

" 어, 어째서 "

" 좋아한다고 했잖아. 게다가 최근 말야, 아츠코의 겁에 질린 얼굴을 보는게 좋은거 있지 "


다카미나는 차갑게 웃었다.


처음으로, 그녀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항상 어떤 때라도 상냥했던 그녀는 어디에도 없다.


" 그래서 말야, 스토커의 존재를 깨닫게 해준거야. 아니나 다를까 아츠코는 몹시 무서워했지. 흥분했다니까 정말 "


기쁨에 잠긴듯이 말하는 다카미나가, 두려워서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매일 따라오던 것고, 말없는 전화를 걸어온 것도, 피 문자로 된 편지를 보내온 것도      .


전부, 전부 다카미나의 소행이었다니.


친구에게, 계속 배신당하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스토킹되고 있었다.


직면한 현실에 몸이 떨린다.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이마에 불쾌한 땀이 배인다.


" 아, 그러고보니 말이야. 내 편지 버려버린 거지 "

" ......아, "


지금까지 이상으로 날카로워진 그녀의 눈동자.


무섭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 충격받았어. 모처럼 사랑을 담아서 썼는데 "

" 미, 안, "

" 그렇지만 괜찮아. 또 새로 주면 되는거니까. 더욱 더 사랑을 담아서 말야 "


강하고 뜨거운 시선이 전해져와서, 무심코 눈을 피했다.


이대로 눈을 맞추고 있으면, 잡혀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그렇다 치더라도 유코에겐 나쁜 짓을 해버렸네 ....... 아아, 그런게 아닐지도. 그자식도 아츠코를 노려서 방해였으니까. 쉽게 떨어뜨렸네, 응. "


담담하게 이야기를 잇는 다카미나에게서 한 걸음 떨어졌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내 속의 위험 신호가 떠들기 시작했다.


이 사람과 이대로 함께 있으면 안된다.


도망가지 않으면, 큰 일이다.


나는 다카미나를 뿌리치고, 달렸다.


하지만, 오른팔을 강하게 붙잡혀 불가능하게 되었다.


" 놔, 줘! "


꽉곽 내 팔을 조여오는 그 힘의 강도에 등골이 시렸다.


" 평생, 안놓을거야 "


조용히 고개를 흔든 다카미나는, 나를 팔 속에 가두었다.


" 싫엇 "


아무리 저항하려고 헤도 피할 수 없다.


소름이 돋는다.



" 아츠코, "


눈앞에는 완연한 웃는 얼굴.


익숙한, 정말 좋아했을 터인 웃는 얼굴.


" 사랑해 "



사랑의 말과 함께 나의 양손목에 걸린 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구속도구였다.











      또다.


대학에서 돌아가는 길.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


걸을 때 마다 들리는 낯선 발소리.


오늘로 몇 번째 일까.


이마에 식은땀이 배인다.


나는 과감히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깜깜한 주택지가 펼쳐져 있을 뿐이다.


무서워서 발걸음을 빠르게 한다.


동시에 발소리가 빨라져서.


싫어.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혹시 잡혀버리거나 그러면.......


싫은 것이 생각나서, 그것을 떨쳐버리듯이 땅을 강하게 걷어찼다.


평소는 발이 느린 나지만, 이럴 때는 빠르다는 자신이 있다.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어떻게든 " 놈 " 을 멀어지게 했다.



" 다행이다...... "


겨우 겨우 도착한 집.


나는 현관의 열쇠를 이중으로 걸고, 가슴을 후우 쓸어내렸다.


오늘도 무사히 돌아온 것에 안심하면서, 얼른 하루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하루나- "

" 아, 앗짱ㅡ! 오늘도 무사히 돌아간 것 같네 "


익숙한 친구의 목소리에 몸의 힘은 더더욱 빠져서, 신발을 벗고 거실에 들어가 소파에 쓰러졌다.


" 뭐 그렇지. 정말, 너무 끈질겨 "

" 오랫동안 계속그러네. 이사하는게 좋지않아? 아, 하루나 집으로 올래? "

" 에ㅡ, 싫어어. 하루나와 살면 매일 청소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

" 괜찮아 괜찮아 "


무엇이 괜찮은건지.......


하루만에 집을 더럽혀버리는 그녀가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그것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부분이 말야.


동거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


" 사양할게. 일단 무사히 돌아온데다가, 이사는 안할 것 같아. 귀찮으니까 "

" 에ㅡ. 이대로라면 위험하다구. 앗짱네 집 멀어서 하루나가 배웅할수도 없고 "

" 배웅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몇번이나 말했잖아 "


사실은, 무섭지만.


그렇지만 하루나도 혼자 사니까 바쁠테고.


그렇게나 의지할 수는 없다.


" 그치만, 걱정인걸. 그러다 습격당할지도 모르는데다 "


그것은 무섭다.


하지만 나는 도망치는 발이 빠르니까 괜찮다.......


" 도망칠 수 있는걸 "

" 앗짱도 참 고집이라니까. 아, 이것도 다카미나한테 제대로 말해두기다? 다카미나도 걱정했으니까 "

" 응, 알고 있어 "


그리고 잠시 실없는 이야기를 하고서 하루나와 통화를 끊었다.


동갑이지만, 언니같은 그녀.


항상 나에 대해 걱정해주고 있어서.


정말 상냥하다.


하루나가 깨끗한걸 좋아하신다면 함께 살텐데, 하며 쓴웃음.


아, 그렇다.


다카미나에게도 말해두지 않으면.


나는는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을 찾아 누르려고 손가락을 뻗었다.


~♪


하지만, 휴대폰은 그것보다 빠르게 전화가 울렸다.


저장안됨.


휴대폰을 든 손이 떨렸다.


어제도 그저께도 이전에도.


매일같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걸려오는 그 전화.


딱 한 번 받은 적이 있지만, 상대는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거친 호흡만이 귓가에 와닿아서.


기분나빠서 바로 끊었다.


그리고 한 번도 받지 않은 그것.


울릴 때 마다 그 때가 생각나서,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최근 벨소리를 듣는게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이제, 그만해.


부탁이야.......


나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그대로 목욕을 하고, 나는 빨리 침대에 기어들어갔다.




다음날.


집의 인터폰 소리에 눈이 떠졌다.


이런 이른 아침에 손님?


나는 잠옷인 채로 무서워하며 작은 구멍을 보았다.


" 아, "


밖에 서 있는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고, 긴장하고 있던 몸이 단번에 풀어졌다.


망설이지 않고 잠금을 풀고, 웃는 얼굴로 서있는 낯익은 얼굴에 미소를 향했다.


" 다카미나, 무슨 일이야? 이런 아침 일찍부터 "

" 왠지 걱정되서말야. 배웅은 무리지만, 가는 것 정도는 지켜줄 수 있지않을까 싶어서 "


과연 나의 친구.


나의 불안을 잘 알고 있다.


" 그래도, 미안해. 일부러 이런 이른 시간에 오게 하다니 "

" 괜찮아. 일찍 나오는건 익숙하니까 말야 "

" 그래? 그럼 일단 들어올래? 얼른 준비할테니까 "

" 오케이. 실례합니다ㅡ "


다카미나는 거실에서 기다려주고, 나는 서둘러서 화장을 하고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침밥은 학생 식당에서 먹자.


기다리게 할수도 없으니까.


" 기다렸지. 갈까 "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다카미나는, 나를 돌아보며 이상하단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어, 밥 안먹어도 돼? "

" 응. 대학교에 가서 먹을래 "

" 그래. 왠지, 신경쓰게 해버렸네 "

" 어? 아, 아니 그런거 아냐! 자, 가자 "


다카미나의 등을 밀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현관 열쇠를 잡았을 때.


문득 우편함에 무언가가 들어있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새?


어제 돌아왔을 때는 없었을텐데.


" 왜 그래? "


생각에 빠진 내 얼굴을 걱정스럽게 들여다보는 다카미나.


" 어느새 편지가 와있어서 깜짝 놀라서 "

" 진짜냐. 누구? "

" 나도 몰라. 누구일까 "


나는 우편함에서 흰 봉투를 꺼냈다.


이상하게 수신인 란에도 발신인 란에도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다.


꼼꼼하게 밀봉된 그것을 천천히 뜯었다.


" 뭐야, 이거...... "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단번에 핏기가 사라졌다.


안에 들어있던 편지지에 써있는 것은, 빨간 펜으로 끝없이 적혀있는 '사랑해' 라는 문자.


무의식적으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펜?


다른, 느낌이 든다.


설마, 이거.......


" 혹시, 피 문자? "


눈살을 찌푸린 다카미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


확신이 들고, 몸은 더더욱 떨린다.


설마 집까지 알려져 있을줄이야.


무섭다.


" 아츠코, 괜찮아? "

" 응, 괜, 찮아 "


천천히 걷기 시작하고, 급하게 따라온 다카미나를 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편지를 구겨쥐고, 그것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런걸, 집같은 곳에 버리고 싶지 않다.


계단으로 밑까지 내려와서 아파트를 나왔다.


주택가를 걷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여기에 있을 리가 없는 사람.




        유코.


그녀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살짝 당황한듯이 그늘에 숨어버렸다.


뭐, 하는거야?


평상시라면 활기찬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잖아.


싫은 예감.


거짓말이다.


그럴 리가, 없다.


친구를 의심하려고 하다니, 정말 어떻게 되었다.


착각이 분명하다.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말을 계속했지만, 유코를 향한 의심은 늘어날 뿐.


왜냐하면, 최근 그녀는 이상하다.


불필요하게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는데다, 강의실을 이동할 때도 반드시 나의 뒤를 따라온다.


단순히 나에 대해서 친구로서 매우 좋아하고 있는걸까, 하며 가볍게 생각했었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행동이 시작된 것이, 스토킹당하게 된 시기와 거의 겹치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혹시.


아니, 그렇지만     .


" 아츠코? "


눈앞에 갑자기 슥 나타난 다카미나의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


" 아, 깜짝이야 "


무심코 뒤로 물러났다 .


그 행동에 아니나 다를까 수상쩍단 표정으로 이쪽을 올려다 보는 다카미나.


" 왜? 뭔가 걱정이라도? "

"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

" 그래? 안색이 나쁘다구? "

" 괜, 찮아. 위험해지면 보건실에 갈테니까 "


하루 자버릴까.......


집에서 자는 것 보다 안심이 된다는 생각도 들고.


" 무리하지 말라구."

" 응, 고마워 "


웃어보이면 다카미나는 쑥스러운 듯이 볼을 긁적긁적 긁으면서 작게 말했다.


" ......별로 "


부끄럼이 많은 점이, 귀엽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에 대해서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다카미나와 하루나가 있다.


그러니까, 괜찮아.


내가 노력하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대학교에 도착하고 1교시 강의가 서로 다른 다카미나와 헤어진 나는, 그대로 보건실로 직행해서 하루 종일 거기서 자고 있었다.


불안때문에 수면부족이 계속되고 있던 탓인지 푹 잘 수 있었다.


" 앗짱ㅡ? 이제 일어나는게 좋지 않을까? "

" 응ㅡ, "


몸이 흔들려서 눈을 떠보면, 눈앞에는 익숙한 얼굴.


자고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진 것을 느꼈다.


" 유, 코"


목소리가 떨린다.


아직 그녀가 범인이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렇게 타일러보지만, 전율은 멈추지 않는다.


" 강의에 아예 나오질 않길래 걱정되서 와버렸어. 근데, 괜찮아? 추워? "


걱정스럽게 볼에 손을 대어오는 유코.


달라, 다르다.


그렇게 생각해도.


몸은 멈춰주지 않았다.


" 만지지, 마 "


유코의 손을 뿌리치며 동시에 저절로 나온 말.


그녀의 상처받은 얼굴.


그것을 본 순간에 밀려온 것은 커다란 후회의 파도.


" ...... 뭔가, 있었어? "


조금 전과는 다른 어두운 소리에,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 미안,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


아래를 보고 있는 나에게, 유코는 그래, 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 그러고보니 스토커는 괜찮아? "


뜻밖의 말에 깜짝 울린 가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 여전히 계속 이어지고 있어. 누군지 알면 좋겠지만 말야 "



슬쩍 유코를 보았다.


그녀의 반응이 왠지 모르게 신경쓰였으니까.


눈에 비친 것은, 복잡한듯이 일그러진 유코의 얼굴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는거야?


싫은 예감밖에 들지 않아서.


나는 무심코 그녀로부터 거리를 취했다.


" 앗짱? "


이상하다는듯한 표정.


그것에 응답하는 것도 못하고, 침대에서 내려와 서둘러 출구로 향했다.


" 어, 잠깐만 기다려! 무슨 일이야? "


눈썹이 쳐진 유코는 조심스레 나의 팔을 잡아왔다.


하지만, 친구니까 하며 뿌리치지 못한 자신이 있어서.


그렇지만, 만약 유코가 범인이라면.


매일 뒤를 쫒아오는 것도, 말없이 전화를 해오는 것도.


그리고, 오늘 아침 편지를 우체통에 넣은 것도 유코인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에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 놔줘! "


나는 겨우 목소리를 짜내고, 그 기세로 있는 힘껏 팔을 뿌리치고 보건실을 뛰쳐나왔다.












큰길로 나와서,

당연한듯이 택시를 잡는다.

왜? 라고 생각한 순간.

택시가 멈추고,

타라고 부추겨진다.


" 잠시 지나가는 사랑 6 "


마음에 미련이 남은 채 택시를 타고, 돌아봤을 때에는 이미 문이 닫혀있어서.

함께 타면 좋았을텐데. 라는건, 제멋대로인걸까...

기다려줘. 라고 말했으니까,

맡기자. 라고 결정했으니까,

문 하나를 사이에 둔 거리가

딱 좋은 거리겠지 .



운전기사가 재촉해서, 말한 목적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차.

생글 생글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다카미나.

뒤돌아보지 않는 나.


계속 손을 흔들어주었지만,

모퉁이를 돌고,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는 순간,

다카미나에게서 미소가 사라졌다.

하늘을 올려다봐서,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모퉁이를 돌아서,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한순간 보인, 미소가 사라진 얼굴.


내가 빼앗은 거다,

다카미나의 미소를.

내가 짓게 한거다,

저런 표정을.


그런 것들이 떠올라서,

울컥 올라오는 것을,

눌러내릴 수가 없었다.


택시안에서

혼자 앉아서 울다니

드라마였다면 좋았을텐데.

현실에 일어나면,

우스꽝스러운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마음 속에서

운전기사에게 사과하면서,

못 본 척 해주세요. 하며,

몰래 바라면서,

그저, 마음을 토해내듯,

계속해서 조용히 울었다...





집에 돌아와서,

러그 위에 주저앉았다.

눈, 차갑게 안하면 . 부어버릴텐데ㅡ. 하고 생각은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다.


기억이 난 듯이, 가방을 찾아서 휴대폰을 꺼냈다.

마리짱, 냥냥, 의 수신 기록이 엄청난 가운데,

딱 하나, 앗짱의 문자.



앗짱과 다카미나가 사귀고 있단걸 눈치챘을 때에는, 그냥 단순히 기뻤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이쪽까지 행복한 기분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때부터 나는 다카미나를 좋아했던 것일까. 하며, 지금 생각해보면 납득한다.

의미없이 멤버를 성희롱하고, 그런걸로 친하지 않은 다카미나의 관심을 끌고싶었던게 아닐까ㅡ하고.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것은 극히 최근, 앗짱이 졸업을 발표하고 나서.

다카미나가, 졸업이 가까워진 앗짱이랑, 다른 멤버들이 추억을 만들고 싶어하겠지. 하고 너무나도 총감독스러운 발상으로, 대기실에서도 뒷풀이 자리에서도 노골적으로 앗짱을 멀리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

기회일지도. 그렇게 생각하고서,

아, 나는 다카미나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제와서. 라고 생각하고 마음의 가장 안쪽에 열쇠를 걸고, 깊이 간직하고 있었던 마음.

하지만...

열쇠가 고장난 것 같다...

한순간에, 내 마음의 가장 앞으로 와버렸으니까.


휴대폰의 주소록에서 다카미나의 문자를 발견하고, 가만히 바라봤다.

그것만으로도, 눈에 눈물막이 퍼져서...

얼굴을 확 올리고,

휴대폰을 두고,

욕실로 향했다.


깨끗하고 산뜻하게,

씻어서 흘려버리자,

우물쭈물하는 것 따위.

깨끗하고 산뜻하게,

씻어서 흘려버리자,

주저하는 것 따위.


확실해진 발자취는

눈을 돌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허세이긴 해도... 한 걸음 더 나아간 오늘은, 지금까지보다 기분이 깔끔하니까.


안타까운 모습보다, 허세를 부리고 싶다.

약한 모습보다, 허세를 보고 싶다.



머리부터 떨어지는 수압에 몸을 맡기며 하는 샤워.

입을 열고 물을 흘려넣고, 씻어내린다.

마음의 절반도 꺼내지 못한 입이지만,

수고했어... 하며 자기 자신을 위로하듯이...










가슴이 두근거린다.

콸콸 맥박치는 가슴.

안절부절 불안해하는 몸.

왠지 모르게 다카미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유코가 노려봤는데,

다카미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 두근거림의 필요성 1 "


유코가 나가고,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두근거림.


마리코가 초대해서 와버린 회식.

냐로가 만나고 싶어하니까, 오는게 어때. 라는 말을 듣고 온 회식.


유코가 올 때까지 셋이서 옛날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한순간에 변했다.

내가 있다는 것에 대해, 마음 속으로부터 놀란 표정을 한 유코.

금새, 노려보는 표정으로 바뀌고서, 사과하고 나가버린 유코.


셋이서 얼굴을 마주하고

어떻게 된 걸까? 하며 쓴웃음.

마리코가 신경을 쓴 건지,

급한 볼일이 생각난거 아닐까? 라고 말했지만.

냥냥이 공기를 읽었는지,

배고프니까, 빨리 주문하자! 라고 말했지만.



하지만, 들린 느낌이 들었다.

유코의 입에서

유코의 표정에서

가지 않으면. 하고...

다카미나.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절부절 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가게를 뛰어나갔다.


큰 길에 접해있는 가게니까,

바로 잡은 택시.

올라타고, 목적지를 말했다.

가방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건 상대는 물론 다카미나.

몇 번의 통화음조차 애가 타서,

빨리 끊고, 또 걸려고 했을 때, 걸려오는 전화.


" 여보세요? 아츠코? "

" 다카미나... 지금, 혼자야? "

" ...아니... 왜? "

" 누구와 있어? "

" 왜? 마리코님들이랑 마시고있지 않아? "

" 누구?! "

" ...... 조금 손을 뗄 수가 없어서... 끊을게. "

" 하? 무슨 소리야? "

" ... 미안. "

" 됐어... 지금부터 갈테니까. "

" ...... "

" 갈테니까! "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움켜잡은 것은

휴대폰. 이 아니라,

마음.

떨고있는,

무서워하는,

마음 .




눈에 익은 경치로 바뀌고,

내릴 준비를 하고 있던 때,

모퉁이를 돌았을 때,

다카미나와 유코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보았다.

돌아봐도 , 모퉁이를 돌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순간이었으니까, 착각했을 뿐.

그렇게 생각하고, 멈춘 택시에서 내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다카미나의 집 번호를,

떨리는 손가락으로 눌러봐도,

대답이 전혀 돌아오지 않는다.

모퉁이 돌 때 본 광경이 되살아났지만, 손을 뗄 수 없었을 뿐. 이라고,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하고서 만능 열쇠를 써서 자동잠금문을 열었다.



다카미나의 집 앞.

심호흡을 한 뒤, 연 문.

싸하고 고요한 집.

빛이 보이지 않는 집.


휘청 휘청 안에 들어가서

불을 켰다.

하지만, 사람이 있는 기색은 없어서.

거실까지 가서

불을 켰다.

하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다 .



유코한테서 느낀,

심상치 않은 공기.

눈치채지 못한 척은

이제 무리다.


분명 지금쯤, 두 사람은 함께 있겠지.

다카미나는, 내가 아니라, 유코를 선택한 걸까.


오늘의 일을 모른 척 뒤로하고,

그런 일이 떠올라서,

혼자 자조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뿌린 씨앗.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저지른 실수 .



그런 여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

그런 자신감이 어디에 있었는지.

인기있는 다카미나라서, 여유따위 없었을텐데.

언제나 곁에 없으면, 초조했을 텐데.


소파에 앉으니,

유코의 향기가 코를 스친다.

막고있던 눈물이

넘쳐흐른다.

닦아주는,

부드러운,

따뜻한,

손은, 없다.

무릎을 안고 있어도,

안아주는,

커다랗고,

커다란,

다카미나는, 없다.











눈을 감아보아도

당연히 소리는 들리니까.

다카미나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귀에 닿았으니까.

흠칫한 마음이

준비를 한다.


" 잠시 지나가는 사랑 5 "


상처입을 준비는 되어 있다.

그렇게 말하듯이, 다카미나의 손을 떼어냈다.

포기하려는 마음가짐도 되어 있다.

그렇게 말하듯이, 살며시 눈을 떴다.


" 유코의 마음... 기쁘지만... "


다카미나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역시 가슴이 아파서.

상처입을 준비는 되어있었을, 텐데.

마음가짐도 되어있었을, 텐데.


그럴텐데. 라니, 역시 그럴리가 없나ㅡ...하며 비웃었다.

그도 그럴게, 듣고싶지 않아서 고개를 숙이고 무릎 위에 올려둔 손으로 주먹을 쥐고 있다.

손톱이 박혀서 아프다.

이 아픔은, 손이 아파서?

그게 아니면... 가슴이 아파서?



" 기쁘지만, 두 번째로 좋아. 라는건 기쁘지 않은데ㅡ(쓴웃음) "

" 에...? "

" 익숙해져 있다고 말하는 유코는 좋아하지 않는데ㅡ(쓴웃음) "

" 하...? "

" 아츠코를 좋아하는데다, 헤어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지만, 유코가 고백해줘서 기뻐. 이거... 바람? "

" 다카미나...? "

" 바람은 안되는거지... "

" ...... "

" 유코... 앗짱과 싸울 배짱은 있어? "

" ... 있는, 데...? "

" 무섭다구? 엄청 무서워(쓴웃음) "

" 무서운 것 보다 다카미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 이기고 있는걸. "

" 진짜냐(쓴웃음) 그럼... "



" 조금 기다려줄래? "

" 에...? "

" 제대로 생각할테니까. 유코에 대해서. 솔직히 유코를 그런 식으로 본 적, 없었으니까(쓴웃음) "

" 응... "

" 진지하게 이야기 해주는 사람에게 적당히 말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제대로 생각해볼게. "

" ... 고마워 ... 다카미나 "



어디까지나 성실하고,

어디까지나 상냥하고,

그런 당신을 사랑했다.

결코 잠시 지나가는 사랑따위가 아니라.

깨달음을 얻는것 같은, 진심인 사랑.

결코 열에 들뜨거나 그런게 아니라.

마음이 겹겹이 쌓인, 진심인 사랑.



다카미나가 생각한 결론이

내가 원한 그런게 아니어도,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상태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개의 바퀴는

움직이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멈춰질 때 까지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까, 몸을 맡기자.

당신에게, 몸을 맡기자.



이번엔 내가 다카미나의 따뜻한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제대로 옆에 서서, 걷기 시작했다.


다카미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게 있어선 커다란 한 걸음.

다카미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게 있어선 커다란 용기.



깨달았을 무렵에는, 늦어버린 사랑.

잠시 지나가는 것이라고, 눈을 돌리고 있었던 사랑.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데,

늦는 것 따위 없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잠시 지나가는 것 따위가 아니다.



각자의 결심처럼,

밤하늘의 별들 아래에서,

손을 잡고 걸어간다.

다카미나의 옆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