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


대학에서 돌아가는 길.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


걸을 때 마다 들리는 낯선 발소리.


오늘로 몇 번째 일까.


이마에 식은땀이 배인다.


나는 과감히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깜깜한 주택지가 펼쳐져 있을 뿐이다.


무서워서 발걸음을 빠르게 한다.


동시에 발소리가 빨라져서.


싫어.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혹시 잡혀버리거나 그러면.......


싫은 것이 생각나서, 그것을 떨쳐버리듯이 땅을 강하게 걷어찼다.


평소는 발이 느린 나지만, 이럴 때는 빠르다는 자신이 있다.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어떻게든 " 놈 " 을 멀어지게 했다.



" 다행이다...... "


겨우 겨우 도착한 집.


나는 현관의 열쇠를 이중으로 걸고, 가슴을 후우 쓸어내렸다.


오늘도 무사히 돌아온 것에 안심하면서, 얼른 하루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하루나- "

" 아, 앗짱ㅡ! 오늘도 무사히 돌아간 것 같네 "


익숙한 친구의 목소리에 몸의 힘은 더더욱 빠져서, 신발을 벗고 거실에 들어가 소파에 쓰러졌다.


" 뭐 그렇지. 정말, 너무 끈질겨 "

" 오랫동안 계속그러네. 이사하는게 좋지않아? 아, 하루나 집으로 올래? "

" 에ㅡ, 싫어어. 하루나와 살면 매일 청소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

" 괜찮아 괜찮아 "


무엇이 괜찮은건지.......


하루만에 집을 더럽혀버리는 그녀가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그것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부분이 말야.


동거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


" 사양할게. 일단 무사히 돌아온데다가, 이사는 안할 것 같아. 귀찮으니까 "

" 에ㅡ. 이대로라면 위험하다구. 앗짱네 집 멀어서 하루나가 배웅할수도 없고 "

" 배웅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몇번이나 말했잖아 "


사실은, 무섭지만.


그렇지만 하루나도 혼자 사니까 바쁠테고.


그렇게나 의지할 수는 없다.


" 그치만, 걱정인걸. 그러다 습격당할지도 모르는데다 "


그것은 무섭다.


하지만 나는 도망치는 발이 빠르니까 괜찮다.......


" 도망칠 수 있는걸 "

" 앗짱도 참 고집이라니까. 아, 이것도 다카미나한테 제대로 말해두기다? 다카미나도 걱정했으니까 "

" 응, 알고 있어 "


그리고 잠시 실없는 이야기를 하고서 하루나와 통화를 끊었다.


동갑이지만, 언니같은 그녀.


항상 나에 대해 걱정해주고 있어서.


정말 상냥하다.


하루나가 깨끗한걸 좋아하신다면 함께 살텐데, 하며 쓴웃음.


아, 그렇다.


다카미나에게도 말해두지 않으면.


나는는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을 찾아 누르려고 손가락을 뻗었다.


~♪


하지만, 휴대폰은 그것보다 빠르게 전화가 울렸다.


저장안됨.


휴대폰을 든 손이 떨렸다.


어제도 그저께도 이전에도.


매일같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걸려오는 그 전화.


딱 한 번 받은 적이 있지만, 상대는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거친 호흡만이 귓가에 와닿아서.


기분나빠서 바로 끊었다.


그리고 한 번도 받지 않은 그것.


울릴 때 마다 그 때가 생각나서,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최근 벨소리를 듣는게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이제, 그만해.


부탁이야.......


나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그대로 목욕을 하고, 나는 빨리 침대에 기어들어갔다.




다음날.


집의 인터폰 소리에 눈이 떠졌다.


이런 이른 아침에 손님?


나는 잠옷인 채로 무서워하며 작은 구멍을 보았다.


" 아, "


밖에 서 있는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고, 긴장하고 있던 몸이 단번에 풀어졌다.


망설이지 않고 잠금을 풀고, 웃는 얼굴로 서있는 낯익은 얼굴에 미소를 향했다.


" 다카미나, 무슨 일이야? 이런 아침 일찍부터 "

" 왠지 걱정되서말야. 배웅은 무리지만, 가는 것 정도는 지켜줄 수 있지않을까 싶어서 "


과연 나의 친구.


나의 불안을 잘 알고 있다.


" 그래도, 미안해. 일부러 이런 이른 시간에 오게 하다니 "

" 괜찮아. 일찍 나오는건 익숙하니까 말야 "

" 그래? 그럼 일단 들어올래? 얼른 준비할테니까 "

" 오케이. 실례합니다ㅡ "


다카미나는 거실에서 기다려주고, 나는 서둘러서 화장을 하고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침밥은 학생 식당에서 먹자.


기다리게 할수도 없으니까.


" 기다렸지. 갈까 "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다카미나는, 나를 돌아보며 이상하단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어, 밥 안먹어도 돼? "

" 응. 대학교에 가서 먹을래 "

" 그래. 왠지, 신경쓰게 해버렸네 "

" 어? 아, 아니 그런거 아냐! 자, 가자 "


다카미나의 등을 밀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현관 열쇠를 잡았을 때.


문득 우편함에 무언가가 들어있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새?


어제 돌아왔을 때는 없었을텐데.


" 왜 그래? "


생각에 빠진 내 얼굴을 걱정스럽게 들여다보는 다카미나.


" 어느새 편지가 와있어서 깜짝 놀라서 "

" 진짜냐. 누구? "

" 나도 몰라. 누구일까 "


나는 우편함에서 흰 봉투를 꺼냈다.


이상하게 수신인 란에도 발신인 란에도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다.


꼼꼼하게 밀봉된 그것을 천천히 뜯었다.


" 뭐야, 이거...... "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단번에 핏기가 사라졌다.


안에 들어있던 편지지에 써있는 것은, 빨간 펜으로 끝없이 적혀있는 '사랑해' 라는 문자.


무의식적으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펜?


다른, 느낌이 든다.


설마, 이거.......


" 혹시, 피 문자? "


눈살을 찌푸린 다카미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


확신이 들고, 몸은 더더욱 떨린다.


설마 집까지 알려져 있을줄이야.


무섭다.


" 아츠코, 괜찮아? "

" 응, 괜, 찮아 "


천천히 걷기 시작하고, 급하게 따라온 다카미나를 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편지를 구겨쥐고, 그것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런걸, 집같은 곳에 버리고 싶지 않다.


계단으로 밑까지 내려와서 아파트를 나왔다.


주택가를 걷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여기에 있을 리가 없는 사람.




        유코.


그녀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살짝 당황한듯이 그늘에 숨어버렸다.


뭐, 하는거야?


평상시라면 활기찬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잖아.


싫은 예감.


거짓말이다.


그럴 리가, 없다.


친구를 의심하려고 하다니, 정말 어떻게 되었다.


착각이 분명하다.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말을 계속했지만, 유코를 향한 의심은 늘어날 뿐.


왜냐하면, 최근 그녀는 이상하다.


불필요하게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는데다, 강의실을 이동할 때도 반드시 나의 뒤를 따라온다.


단순히 나에 대해서 친구로서 매우 좋아하고 있는걸까, 하며 가볍게 생각했었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행동이 시작된 것이, 스토킹당하게 된 시기와 거의 겹치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혹시.


아니, 그렇지만     .


" 아츠코? "


눈앞에 갑자기 슥 나타난 다카미나의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


" 아, 깜짝이야 "


무심코 뒤로 물러났다 .


그 행동에 아니나 다를까 수상쩍단 표정으로 이쪽을 올려다 보는 다카미나.


" 왜? 뭔가 걱정이라도? "

"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

" 그래? 안색이 나쁘다구? "

" 괜, 찮아. 위험해지면 보건실에 갈테니까 "


하루 자버릴까.......


집에서 자는 것 보다 안심이 된다는 생각도 들고.


" 무리하지 말라구."

" 응, 고마워 "


웃어보이면 다카미나는 쑥스러운 듯이 볼을 긁적긁적 긁으면서 작게 말했다.


" ......별로 "


부끄럼이 많은 점이, 귀엽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에 대해서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다카미나와 하루나가 있다.


그러니까, 괜찮아.


내가 노력하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대학교에 도착하고 1교시 강의가 서로 다른 다카미나와 헤어진 나는, 그대로 보건실로 직행해서 하루 종일 거기서 자고 있었다.


불안때문에 수면부족이 계속되고 있던 탓인지 푹 잘 수 있었다.


" 앗짱ㅡ? 이제 일어나는게 좋지 않을까? "

" 응ㅡ, "


몸이 흔들려서 눈을 떠보면, 눈앞에는 익숙한 얼굴.


자고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진 것을 느꼈다.


" 유, 코"


목소리가 떨린다.


아직 그녀가 범인이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렇게 타일러보지만, 전율은 멈추지 않는다.


" 강의에 아예 나오질 않길래 걱정되서 와버렸어. 근데, 괜찮아? 추워? "


걱정스럽게 볼에 손을 대어오는 유코.


달라, 다르다.


그렇게 생각해도.


몸은 멈춰주지 않았다.


" 만지지, 마 "


유코의 손을 뿌리치며 동시에 저절로 나온 말.


그녀의 상처받은 얼굴.


그것을 본 순간에 밀려온 것은 커다란 후회의 파도.


" ...... 뭔가, 있었어? "


조금 전과는 다른 어두운 소리에,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 미안,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


아래를 보고 있는 나에게, 유코는 그래, 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 그러고보니 스토커는 괜찮아? "


뜻밖의 말에 깜짝 울린 가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 여전히 계속 이어지고 있어. 누군지 알면 좋겠지만 말야 "



슬쩍 유코를 보았다.


그녀의 반응이 왠지 모르게 신경쓰였으니까.


눈에 비친 것은, 복잡한듯이 일그러진 유코의 얼굴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는거야?


싫은 예감밖에 들지 않아서.


나는 무심코 그녀로부터 거리를 취했다.


" 앗짱? "


이상하다는듯한 표정.


그것에 응답하는 것도 못하고, 침대에서 내려와 서둘러 출구로 향했다.


" 어, 잠깐만 기다려! 무슨 일이야? "


눈썹이 쳐진 유코는 조심스레 나의 팔을 잡아왔다.


하지만, 친구니까 하며 뿌리치지 못한 자신이 있어서.


그렇지만, 만약 유코가 범인이라면.


매일 뒤를 쫒아오는 것도, 말없이 전화를 해오는 것도.


그리고, 오늘 아침 편지를 우체통에 넣은 것도 유코인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에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 놔줘! "


나는 겨우 목소리를 짜내고, 그 기세로 있는 힘껏 팔을 뿌리치고 보건실을 뛰쳐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