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이, 리쿠, 기다려봐. "

카이가 뒤에서 쫓아 온다.

걷는 속도가 빨라진다.

" 리쿠! 기다려! "

미나미의 외침이 들린다.

뒤에서 달려오는 발소리가 쫓아왔다.

" 기다려줘! "

뒤에서 옷이 잡아당겨지고, 어쩔수없이 다리는 멈춘다.

" 리쿠, 미안. 정말 미안해 · · · 그런 · · · 그런 일이 될거라고 생각못해서· · ·. "

미나미가, 울면서 말한다.

" 내가 바보였어. 리쿠가 말한대로, 더 제대로 · · · · , 내가 · · · ·. "

" 미나미 "

말을 끊는다.

" · · · · 오늘은 무리다. "

옷을 잡고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 리쿠 · · · 미안해 · · ·. "

울먹임이 심해진다.

미나미는 오로지 사과만 계속하고.

울게 하고 있는 건 나인가.

" 미나미 "

옷을 잡은 손을 놓고.

" 이제 늦었으니까 들어가. "

" 하지만, 리쿠 · ·. "

뒤돌아서.

" 들어가. "

가능한 한 냉정하게 말하려했는데.

내 얼굴을 본 미나미가 한층 더 얼굴을 찡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나는 걷기 시작했다.

" 야, 잠깐만, 리쿠! "

카이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오로지 다리를 움직였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집에 가서 바로 샤워했다.

물을 맞으면서도, 눈꺼풀의 안쪽에 떠오르는 것은 · · ·.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다이빙했다.

문득 텔레비전도 켜지 않은 방에, 작은 진동소리가 들렸다.

휴대폰을 꺼내보면 착신이 있었다.

내용을 보면 미나미로부터 몇번이나 전화나 메일이, 카이한테서도 수신이랑 메일이 있었다.

" 리쿠, 전화 안받으니까 일단 말해둘게. 미나미쨩, 엄-청 울고있어. 자신이 잘못했다고 굉장히 우울해해. 일단 난 아무것도 못해서, 유코에게 맡겼어. 리쿠, 기분은 알지만, 미나미쨩한테 악의는 없었으니까. 기분이 나으면, 제대로 이야기하라고. "

뒤쫓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더니, 울고있는 미나미를 가만둘 수 없어서였나.

그 녀석 답다.

" 덧붙여서 · · · 케이크, 떨어져서 엉망이있었지만, 모처럼이고 아까우니까 미나미쨩한테 줬어. · · · 괜히 더 울려버렸지만 "

그러고 보니, 오늘은 케이크를 주려고 미나미네 집에 갔었었다.

어떤 우연인지 날이 겹친걸까.

이것은 운명인가?

나에게 그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

미나미의, 그 미소를 보여주기 위해서?

무심코 주먹에 힘이 들어가 베개를 후려쳤다.


미나미가 보내는 메일은 끊임없이 왔다.

그렇지만.

나는 하나같이 답하지 않았다.

답할 수가, 없었다.



결국, 별로 못 잤다.

꺼두었던 휴대폰의 전원을 켠다.

생각했던대로, 미나미가 보낸 메일이 잔뜩 와있었다.

" 저 녀석도 안잤네."

내가 잘못했어.

경계가 부족했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해.

만나서 사과하고 싶어.

전화로도 메일이라도 좋으니까 연락했으면 좋겠어.

몇번이나 반복되는 참회의 말.

정말 성실한 녀석이다.

저 녀석은 그냥 보통 사람보다 무방비했을 뿐으로.

그 녀석 자체에 죄가 있는게 아닌 것은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 · ·.

자신의 여자가 건드려져서 열받은 거라던가.

그것이 바람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는 불신감이라던가.

그런 것이 아니고.

그저.

나는, 분한 거다.

몇번이나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보고.

나는 그런 식으로 미나미를 웃게 만든 적이 있었는지.

최근에는, 곤란하게 하거나 화나게 하거나 어이없게하고, 그런 것들 뿐이었다 .

그 전에는?

의식한 적이 없어서,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미나미 웃게 하는 노력을.

지금까지 하고 있었던 것일까.

메일을 보낸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것이 최대한.


"  더이상 사과하지마. 화 안났으니까. "





지금까진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 신경쓰이기 시작하면, 더이상 어쩔 수 없다.

무엇을 하고 있어도 떠오른다.

최근, 조금 전의, 고등학생 때의, 더 이전의 사귀기 시작한 무렵의.

어딘가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미나미는 확실히 웃고 있었을텐데.

나도 그것을 보고 웃고 있었을텐데.

" 리쿠 "

" 우왁! "

갑자기 말을 걸어서 깜짝 놀라 이상한 소리를 내어버렸다.

" 화해했냐? "

" 일단 메일은 보내놨어. 아직 만나서 말할 기분은 아니라. "

" 뭣땜에. "

" 난 그렇게 어른이 아니라고-. 감정이 그렇게 컨트롤 잘될 것 같냐 "

" 뭐 · · · · 그건 그렇지"

카이는 어딘가 자신과 비교해본건지, 대충 납득한 것 같았다.

" 야. "

" 뭐. "

" 너, 봤어? "

" · · · · 봤지. "

" 그런거 처음 봤어. "

" 그야 처음이겠지. "

" 하? "

" 응? "

둘이서 얼굴을 마주본다.

" 뭔 말인거야. "

" 에, 미나미쨩이 남자랑 키스하는거 처음봤다고 · · ·. "

" 그거 말고. "

" 에, 다른거? "

" 그 전에, 즐겁게 말하고 있었잖냐. "

" 응. "

" 엄청 행복한듯이 웃고 있었어, 그 녀석 . "

" · · · 그랬던가? "

"뭐가 화나냐면, 난 그게 제일 분하다고. "

입술을 깨문다.

카이는 미묘한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럴 · · · 까. "

" 그렇다니깐. "

낯가림이 심한 그 녀석의 마음을 아주 간단하게 열어버린 자식.

그리고, 그런 미소를 지은 녀석 .

조바심은.

번져 간다.


" 수고- . "

" 힘들었다- . "

알바가 끝나고 , 후문으로 나온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느때 보다 맑아보인다.

" 기분나쁘게시리. "

무심코 중얼거린다.

블루종에 손을 넣고, 돌아가려고 걸으려 할 때 알았다.

미나미가 눈앞에 있었다.

" 에. "

입을 일자로 닫고, 미안한듯한 눈으로 나를 보고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유코가 있어서, 카이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 짜고말야, 꼬마들주제에. "

들리지 않게 욕한다.

" 저기, 리쿠 . "

어제 계속해서 울었던건지 눈이 아직 부어있다.

" 정말로, 미안해. "

머리를 숙인다.

" 그만해, 이런 곳에서 . "

말투가 어떻게해도 퉁명스럽게 되어버린다.

상냥하게 하지않으면.

웃어주지 않으면.

마음 속 이성이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아직 눌러지지 않은 검은 게,주의를 풀면 나와버리기 때문에.

아직 만나고싶지 않았다.

" 하지만 · · ·. "

얼굴을 올리고, 미나미가 나를 본다.

그 눈은 아직도, 무서워하고있어서.

" 이젠 화 안났어- "

" 그치만. "

" 너도 조금은 알았지. "

" · · · 응. "

" 가자. "

대화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처럼 걷기 시작했다.

미나미가 황급히 따라오고, 내 옆에 나란히 걷는다.

" 이런 시간에 이런 곳까지 오는거 아냐. "

" 미안해, 그치만, 리쿠가 보고 싶어서. 만나서 직접 · · ·. "

" 너 자신이 여자라는걸 좀 더 자각하라고. "

" 응, 미안해. "

미나미가, 주머니에 들어가있는 내 손을 찾아서 손을 뻗어왔다.

조금 헤멘 뒤, 그 손은 내 블루종 소매를 조심스레 잡았다.

손을 잡는다.

그런 것조차, 이유를 찾지못해서.

손을 꺼내서 잡는게 좋을까?

어느 타이밍에?

시시한 생각들이 머리 속에 잔뜩 돌아다닌다.

결국 미나미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손은 잡지못했다.


미나미의 집 앞.

어제도 온 장소.

떠올려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기서.

미나미는 안겨져서.

여기서.

키스당했다.

" 리쿠 "

미나미가 블루종에서 손을 떼고, 내 앞에 섰다.

" 선배에게는 확실하게 말했어. 남자친구가 있다고. 특별한 ... 특별한 감정은 없다고. "

특별한 감정, 인가.

" 어어. "

" 나도 깜짝 놀라서 · · ·. "

" 이젠 괜찮다니까 . "

또다시 대화를 끊는다.

미나미의 눈썹은 축 처진 채.

" 있지, 이번주 일요일, 비어있어? "

" 에? "

" 이번주 일요일 "

" 어, 아, 응. 괜찮아. "

" 그럼, 항상 만나던 곳에서 10시에 봐."

" 아, 응, 알았어."

가볍게 손을 들어보이고, 나는 그대로 미나미한테서 발길을 돌렸다.

" 잘 자."

뒤에서 들리는 미나미의 목소리는, 아직도 왠지 힘이 없는것처럼 들렸다.

이번주 일요일.

나는.

나를 시험한다.

나는.

미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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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거 하겠다고 정한 이유가 저 옷자락 잡고 쫒아오는 미나미가 귀여워서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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