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로 또 한동안은 만날 시간이 없어서.

전화나 메일은 수시로 하고있다.

가끔 보내주는 사진에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찍혀 있어서.

선배란 건 어느 녀석인거야, 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보기도하고.

" 근데, 이제 슬슬말야"

" 왜? "

" 하고 싶지 않아?"

" 무엇을? "

" H "

" · · · · 일부러 메일로 그런 걸 말해?"

" 아니, 보통인데"

" 변태"

" 건강한 남자는 이게 보통이니까."

" 초식이 더 좋아"

" 너 · · · 누구랑 비교하는거야."

" 딱히 비교하는게 아니라"

" 그 선배?"

" 아니라니깐"

점점 초조해진다.

적어도 요즘은, 나보다 미나미랑 함께있는 시간이 길다는 현실.

" 너, 다음주의 시프트는 어떤데? "

" · · · 안가르쳐줄래"

" 어째서야"

" 리쿠, 오려고 하는거지"

들켰다.

가슴 속에서 솟아나오는 까만 무언가.

미나미.

나는 걱정하는거라고.

너는 둔감하니까.

자주 있는 작은 거짓말이나 사기를, 끝까지 깨닫지못한다.

너는 순수하니까.

의심하기보다, 믿는다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니가 생각하는만큼, 세상은 깨끗한게 아니니까 .

니가 생각하는만큼, 너는 어른을, 그리고 남자를 모르니까.

그래서.

나는 걱정된다고.



" 리쿠"

" 오, 안녕하세요."

단골 손님이 말을 건다.

" 여전히 미남이네."

" 감사합니다."

" 응         ."

손님이 가만히 쳐다본다.

" 뭡니까."

" 아직 딸려있어?"

즉, 그녀가 있냐는 것.

" 아직이라니 너무하잖아, 어떤 이미지인건가요, 저."

" 에, 그치만 그럴 마음만 먹으면 손에 넣잖아?"

" 겉모습은 껄렁껄렁할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강경파라서요."

" 응, 그렇겠네. 어떤 아이인지 보고 싶어."

이젠 완전히 익숙한 사람이라서,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다.

문득 다른 손님이 없는 것을 깨닫고 , 한 번 떠난 다리를 다시 돌렸다.

" 누나, 좀 물어봐도 되나요?"

" 뭔데?"

" 여친이랑 만나면 · · ·. "

" 만나면? "

" H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거 평범하죠? "

" 으음, 뭔가했더니 · · · 발정기인가"

" 아니, 보통이지요?"

" 난 남자가 아니니까 뭐 · · · 그래도, 평범하지않아? 반대로 그런 거 생각안한다면 위험할지도."

" 여자에게도 그런 감정 있는거죠."

" 아마, 남자만큼은 아니지만. 하지만, 있지 · · 아 , 알겠다."

" 네."

" 애인한테 한소리 들었지?"

속공으로 들켰다.

" 음ㅡ 어쩐지 최근에, 그런거 싫어한다고 할까, 초식이 더 좋다든가."

손님은 잠시 생각하는듯한 표정을 한 뒤 나에게 손짓했다.

조금 얼굴을 가까이했다.

" 다른,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는거야."

그 말에, 자신의 얼굴이 굳어진 걸 스스로도 알았다.

" 짐작이 가는 곳은? "

" · · · · 뭐어."

" 정말로? 리쿠 · · · 상대가 바람피면 누나가 위로해줄테니까."

" 그건, 네에."

홀로 돌아와서.

복잡한 기분은 그대로다.

'바람'이라는 말을, 막상 말해지면 의식해버린다.

바람?

미나미가?

그럴리가 없지.

그렇지만.

혹시나 유혹당하고 있다던가.

라기보다는.

그런 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뿐이고.

이전과는 다르다.

곁에서, 그러한 것으로부터 지켜주는 환경에서 변해버렸다.

함께있는 시간을 생각해본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게 얼마나 짧은지 이제야 깨달았다.

당연한 듯이 옆에 있다고 생각했을 무렵.

그 때와 마찬가지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서 오랜만에 미나미가 우리집에 왔다.

사실 알바가 있었지만, 바꿔달라고 했다.

안심할 순 없다.

역시 만나려는 노력을 조금은 하지 않으면.

" 리쿠의 방, 오랜만이네"

" 그러게."

" 왠지 · · · 바뀌었지?"

" 그런가?"

" 으음... 고등학생이 방이 아니게 되었다던가."

" 뭐야 그건."

침대 옆에 앉으면서 , 미나미는 가방에서 천천히 잡지를 꺼냈다.

" 점프가 아니잖냐ㅡ."

" 점프도 읽지만 말야."

최근 여자도가 오른 것은 이런것 덕분인지.

" 어쩐지 · · · 색기가 붙었는데."

" 바보취급 하는거지?"

" 안해"

약간 색깔이 바뀐 머리카락을 건드려본다.

" 말야."

" 왜?"

" 내가, 좋아?"

잡지를 보고있던 미나미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본다.

" 왜그래, 갑자기."

" 좋아해?"

" 있지, 무슨 일이야?"

내 이마에 손을 댄다.

" 무슨 일이 아니라고."

미나미의 어깨에 팔을 돌려 그대로 끌어당긴다.

" 좋아해, 미나미"

그대로 키스를 하고 다시 안았다.

미나미는 그대로 가만히 내 품안에서 움직이지않고 있었다.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그 열기를 깨달았다.

입술을 겹치면 움찔하며 작게 떨었다.

" 리쿠 · · ·."

달라붙는 힘이 조금 쎄진다.

" 리쿠, 안돼 · ·."

거절하는 말은 받아들이지 않고.

남는 손으로 옷을 더듬는다.

그러자, 조금 힘을 담아서 몸을 밀어낸다.

" 응?"

" 리쿠, 싫다니까."

약간 울먹이는듯한 목소리로 미나미가 말한다.

" 그렇게 말하지 말고."

맨살에 도달한 손은, 오래간만의 그 부드러운 피부와 열기에 움직임을 멈추는 일 없이.

" 리쿠!"

이번에는 꽤 강하게 밀어내졌다.

" 싫다니깐."

내 팔을 떼어내고, 조금 떨어져서 다시앉는다.

" 에 · · · · 오늘은 못하는 날이었던가?"

" · · · 아니지만."

" 그럼."

" 그게 아니라 말야"

뾰로통하다, 고 하기에는 표현이 약하달까, 험악한 표정으로 말하는 미나미의 톤이 쎄졌다.

" 오늘은 그런 · · · 그럴 기분이 아냐. 랄까, 리쿠말야, 그 목적으로 불렀어?"

" 그런 건 아니지만· · · , 뭐 조금은 그런것도· ·."

" 그런거 없이는 안돼?"

" 안돼는건 아닌데 말야 · · · 그치만 오랜만이고· · ·."

" 리쿠말야 , 그런 것 밖에 생각안하지?"

" 뭐야, 그건"

말하는 것에 가시가 잔뜩이다.

" 너말야ㅡ · · ·."

갈 곳이 없어진 손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 질렸냐?"

" 하?"

" 다른 누구 신경쓰이는 사람이라던가"

"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그것보다, 조금 거부한 정도로 어째서 그렇게 되는거야?"

" 그게 그렇잖아."

" 뭐라는건지 모르겠어."

잠시, 둘이서 침묵해버린다.

" 선배냐"

그 말을 한 순간, 미나미가 또그런다 라는 얼굴을 했다.

" 있지... 그냥 질투하는거라면, 별 볼일 없는건데말야."

" 뭐가말야."

" 선배는 선배, 리쿠가 생각하는 것 같은· · · 그런게 아냐."

" 되게 감싸네."

미나미가 기가 막힌듯이 한숨짓는다.

" 선배는 · · · 멋진 사람이야 . 털털하고 상냥하고 차분해서 뭐든지 말할 수 있어. 단지, 그건 특별한 게 아니라 모두들 그렇게 생각해. 오빠같은 느낌. 그것 뿐이야."

미나미의 입에서, 나 이외의 남자를 칭찬하는 말이 나오는 것에, 조금씩 애가 탄다.

" 다른 사람들도 모두 · · · 리쿠처럼· · · 리쿠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 그건 말이 심하잖아 너"

숨기지 않고 언성이 높아진다.

" 넌 몰라. 본성따위 얼마든지 숨길수 있어. 흑심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 건 겉으론 알수없다고."

" 겉만보고 말한게 아닌걸. 그보다, 선배에 대해서 모르면서, 어째서 단정짓듯이 말하는거야? 적당히 해 줘."

어째서 이렇게됐지.

이젠 노려보는 형태가 되어 버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

그렇지만.

숙이고들어갈 생각은 없다.

아마, 미나미도.

" 넌 남자를 모르니까 느끼지 못할 뿐이라고. 너처럼 빈틈투성이의 좋은 사람 정도는, 속이려고 하면 못이긴다고."

" 헤에. 그래서, 리쿠는 그렇게 몇명을 속여왔어?"

" 내 얘기가 아니라니깐."

" 리쿠 , 나를 얼마나 안믿는거야."

" 너를 믿지 않는게 아니라, 주위의 · · ·. "

" 이제 됐어, 돌아갈래."

가방을 낚아 채듯이 잡고 미나미가 빠른 걸음으로 방의 입구로 향한다.

" 기다려."

당황해서 팔을 잡았지만, 거칠게 내버려졌다.

" 이런 · · · · 이런 속박 싫어."

" 미나미, 이것만은 말해둘게."

" · · · · ·. "

" 남자와 여자의 우정은, 그렇게 쉽게 성립되는게 아냐. 남자는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 · ·. "

" 갈게."

미나미는.

이때까지 본 것 중에 제일.

차가운 눈을 하고 힐끗 나를 보고.

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