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미나미의 아르바이트 장소로 향했다.

도로 쪽은 전부 유리로 되어있어서 외부에서도 보인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작은 몸.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는 가게 안의 모습을 계속 보고있었다.

미나미가 말한 대로, 직원은 모두 젊고, 화기애애라는 말이 딱 맞다.

미나미도 다른 사람도 바빠하면서도 즐거워보여서.

내가 모르는 미나미가 저기 있다.

그저, 눈부셔서.

문득 얼마전 그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자세히 보면 잘생겼고, 나와는 달리 겉모습도 차분해서.

아, 과연.

냉정하게 보면 무심코 납득해 버릴 정도로, 어른스러운 분위기이지만 미소를 잃지 않는다.

동류는 친구를 부른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만남은 운명일지도 모른다.

라니.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미나미가 나왔다.

같이 끝난 몇명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천천히 걸어갔다.

" 아. "

미나미가 알아 차렸다.

" 어이 "

근처에 있던 알바동료들한테 웃어지면서도, 헤어지고 내게로 달려온다.

" 무슨 일이야? "

" 으음, 조금 "

" 근처에 볼일이라도 있었어? "

" 뭐어. "

애매한 말로 대답하는데, 미나미는 신기하게 생각하는듯 싶다.

" 꽤 즐거워하고 있잖아 . "

" 보고 있었어? "

" 실수나 저지르진 않을까 생각는데, 의외로 잘 하네. "

" 아, 당연하지, 뭐야 바보 취급하고. "

화내는것처럼 하면서도 웃는 얼굴로.

미나미네 집까지 당연한듯이 돌아가는 길.

학교라던가, 알바라던가, 친구라던가.

별볼일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 와중에도, 미나미는 항상 나를 보고있다.

뭔가를, 감지한 거겠지.

내가.

이 다음에.

무엇을 말할 것인지.

내가.

이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 있지, 다음엔 언제, 케이크 만들거야? "

" 음ㅡ 언제일지, 모르겠는데. "

" 기대하고 있다구. 다음엔 초콜렛? "

" 그렇네. 하지만 · · · , 나같은건 아직 멀었으니까. "

" · · · 뭐가? "

" 세상은 넓다는 이야기야. 너도 말야, 사회의 일면을 알고, 그렇게 생각하지?"

" · · · 뭐, 그렇지. "

" 고등학생 땐, 나는 잘 해나갈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야. "

" 생각했었구나, 리쿠. "

" 잘못됐냐. "

" 으응. 그거야말로 리쿠"

" 근데, 한발 먼저 담가보면 말야, 나같은 정도의 놈들은 여기저기에 있고, 나보다 잘하는 놈도 여기저기 있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 파티쉐를 목표로 하는 사람으로도 남자로도."

" · · · 남자· · · 로도? "

불길한 공기를 느꼈는지, 미나미는 말을 더듬는다.

" 그런데 말이야, 리쿠. 이번 방학 말인데 · · ·. "

화제를 바꾸려고 한다.

그렇지만.

내 얼굴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 리쿠 · · 무슨 · · · 왜 · · · · 싫어. "

나는 한숨을 한번 쉬고, 천천히 말을 쏟아냈다.

" 미나미 "

" · · · ·. "

" 미안해. "

" 어째서 · · · 사과하는거야? "

" 나, 지금까지 너를 · ·. "

" 그만해, 리쿠. 이제 돌아가자. "

" 들어봐. "

" 싫어. "

" 들어. "

조금 강하게 말하면 미나미가 침묵했다.

불안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나를 올려다 본다.

거봐 또,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

" 너를 묶어두고 있던 걸지도 몰라, 작은 상자에"

" 그런 거· · ·. "

" 있지, 미나미. 우리들은, 모르는게 너무 많아. 하나하나 새롭게 알아갈 때마다 변해가는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 · · ·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어 · · ·. "

"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알아차린 새를, 상자에 넣어두는건 아닌거겠지. "

" 리쿠 · · ·. "

" 미나미 "

미나미의 눈을 바라보며.

" 너에게, 자유를 줄게. "

" 자 · · · 자유라니 · · · 자유란게 뭐야 · · ·. "

그 눈이 흔들리고.

그 입술도 흔들리고.

그렇지만.

더이상.

되돌릴 수 없다.


" 헤어지자 미나미. "






순간이었다.

미나미의 표정이 무너지고, 굵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 이유를 · · · 모르 · ·겠어, 뭐 · · ·때문에 · · · 싫어 · · · 리쿠 · · ·. "

고개를 젓고있는 미나미는, 상당히 동요하고있다.

" 아, 아 · · · · , 알았어 · · ·. "

마치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말하고, 미나미는 나를 보았다.

" 아르바이트 그만둘테니까. "

" 미나미 · · ·. "

" 더이상 안만날테니까. "

" 아니야 . "

" 메일도 안할게."

" 그런게 아냐. "

휴대폰을 꺼내려하는 미나미의 손을 막았다.

" 오히려, 그 반대니까. "

미나미는 여전히 울면서 고개를 계속 내젓고있다.

" 여러 사람들과 만나서, 사겨야 해. "

" 어째서 · · ·. "

" 너는. "

미나미의 어깨를 단단하게 잡고서.

" 나밖에 모르니까, 내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는거야. "

" 그, 그런 거 · · ·. "

" 미나미, 너는 선택해도 되는거야. "

" 리쿠 · · ·. "

" 네가 제일로 미소지을 수 있는 상대, 네가 함께 있어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상대를, 선택해도 좋아. "

" 그렇다면 "

" 지금, 그 선택지엔 나밖에 없어. 한가지 경우. 다르잖아, 넌 그 선택지 안에 굳이 다른 사람을 넣으려고 하지 않으니까. "

" 모르겠어, 리쿠 · · ·. "

" 나를 배신할 수 없으니까. 나를 아프게 하니까. 너는 상냥해서, 자신을 항상 뒷전으로 하잖아. "

" 그치만, 그건 "

" 그래도말야, 미나미. 사람을 상처입히지 않고 살아갈 순 없어. 괜찮아.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 · · 자신을, 먼저 자신을 우선시 해. 하고싶은대로 해. 네가 원하는,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녀석을, 선택하는거야. "

" 정말로, 모르겠어 · · · 어째서 그런 말을 · ·. "

미나미는 혼란스러워하면서 계속 울고있다.

" 나, 네가 싫어진 건 아니야. 오히려 좋아해. 그러니까, 포기하는건 아냐. 네가 다시, 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네 미소를 · ·. "

" 그럼 헤어질 필요 없잖아. 나는 리쿠를 좋아하고, 리쿠를 선택한거고 · · 싫어 리쿠· · ·. "

" 미안해. "

이젠 더 이상 얘기 할 수가 없다.

미나미가 나를 보고, 눈물로 젖은 눈이 놀라서 조금 커졌다.

떨고있는 작은 손이, 뻗어 온다.

내 뺨에 대고, 뭔가를 만졌다.

" 리쿠 · · · 우는 · · · 거야? "

그렇게 말해지고서야, 나는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게 또, 미나미한테 현실을 들이대고.

" 미안해. "

" 싫어 · · ·. "

" 지금까지· ·. "

" 싫다니까 · · ·. "

" 고마웠어."

미나미는 말을 할 수 없을만큼.

엉망진창으로 울고 있었다.

한 걸음 뒷걸음질하고.

그러자 미나미가 한 걸음 앞으로 와서.

나와의 거리를 넓히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 안돼, 미나미 "

" 가지마, 리쿠. "

" 이젠, 갈게. "

" 다시 · · 생각해 · · · 부탁이야 "

" 그럼 안녕. "

한 걸음, 또 한 걸음 뒤로 멀어지는 나를, 미나미가 붙잡으려고한다.

손으로 누르고.

그대로 등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미나미는, 쫓아오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 도중에.

나는 계속 아래를 보며.

이걸로 좋았던걸까.

아니, 이것로 됐다.

반복한다.

가슴속은 욱신욱신 아파서.

혹시나 지금, 시시한 인연을 붙잡을 수 있다면.

아무말도 하지 않고 달려나가겠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 감정을.

무언가에 부딪히지 않고선 살 수 없다.

중요한 것을 손에서 놓았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면서.

자신의 집까지의 거리가 무척 멀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