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이 끝나고, 드물게 저녁을 편히 보낼 수 있게 되었다 .


그렇지만 딱히 약속도 없어서, 혼자 거리를 걸었다.



당장이라도 울고싶어서.


전화도 메일도 오지않은 스마트폰을 보고.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저쪽도 일이 바쁜 것은 알고있어.


총감독이라는 입장인 것도 있어서, 하루나보다 훨씬 바쁠 터.


알고있어.


하지만,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늘을 올려다 보면, 주홍빛의 초승달이 기울어져 있어서.


마치, 지금의 하루나처럼.


비뚤어진 것 처럼 느꼈다.




"바보"




그렇게  중얼거려봤자 허무해질 뿐인데도.


뾰로통한 얼굴도 해보고.



귀찮을 정도로 "냥냥" 이라고 부르며 다가와서.


"좋아해" 라던가 " 귀여워" 라던가 " 사귀고싶어" 라던가.


자주 들어왔었다.


물론 그런 걸 진심으로 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지만, 마음 어딘가에서 기대하고 있던 자신도 있어서.


깨닫고보면 타카미나를 쫓고있어서.


눈이 마주치고 미소짓게 되고, 하루나는 아무것도 아닌듯 시선을 돌리고.


하지만, 고동이 크게 울리고있다는 것은 알고있어서.


진심이 될 생각은 없었다.


진심따위 되지않을거라 생각했다.



집을 향해 걷고 있었지만, 문득 허무해져서.


혼자 방에 돌아가면 분명 더 허무해질 것이 틀림없으니까.



돌아가는길 중간에 있는 아동공원에 들렀다.


과연 이 시간에 공원에서 노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루나가 독점.


아까까지 오렌지색이었던 초승달이 구름이 걸려있다.


달빛이 공원을 흐리게 비춘다.



시소에 걸터앉고서, 문득 어깨의 힘을 뺐다.


뭐를 짜증내고 있는거지, 하루나.


지금 해야하는 것들은 다른게 많은데.


멀리, 타카미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우선권이란게 있잖아?


알고 있는데.


밤바람이 하루나의 마음을 비웃는 것 처럼 불었다.



오늘은 다른 일이었고, 만날 수 없었지만.


하지만 내일은 같은 일.


내일 다시 만날텐데.



그래도 지금 만나고싶다고 생각해버리는 것은.


정말, 진심이야.



또다시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역시 전화도 메일도 오지않았다.


착신 이력을 열고 그것을 바라본다.


타카미나의 이름 따위, 기록에는 전혀 없어서.


휴대폰에 의존하는 성격이 아닌것은 잘 알고 있고, 연락도 자주 하는것도 아니다


메일의 답도 그다지 해오지 않는다.


그래도 타카미나에게서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니.


마치 따돌림 당해서, 내버려두라고 하는 기분이 된다.


나만이 타카미나를 원하는 것 같다.


사랑의 비중이 하루나쪽으로 매우 기울어져있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타카미나가 하루나를 보고 있는것은 알고있지만.


그렇지만, 역시 그것만으론 만족 할 수 없다.


만나고 있을 때 보다, 이렇게 만날 수 없을 때가 마음이 뭉쳐진다.


이렇게 타카미나를 좋아해.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알고있는데.


항상 이런데.


만날 수 없는 시간이 이렇게 계속되면 타카미나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단 한마디만이라도 들려주길 바라면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을 비난하면서.


일이 바쁘기 때문에 연락을 주지 않는 것조차 납득해나가면서.



타카미나는 하루나를 정말로 좋아해주고 있는 것일까.


필요로 해주고 있는 것인가.


알고 싶어서, 하지만 알 방법이 없어서.



타카미나의 앞에서는 솔직해지는 것 조차 못하고.


평소대로 무뚝뚝한 태도를 취하거나 시선을 돌려버리거나.


마음과는 정반대의 말이나 태도로, 분명 타카미나가 착각하게 하듯이.



어떻게 솔직해질 수 있어?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러 가고 싶은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하는 것인지.


밤바람이 다시 하루나에게 밀어닥치듯이 분다.


정말 비웃는 것일까.


불필요할정도로 공허함이 덮쳐서.



다시 올려다본 하늘에 초승달이 하나.


그 주위에 흩어져있는 별들.


단 하나의 별만 있으면, 그게 좋은데.



마치 겹치는듯한 모습에, 하루나도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까지나 소리가 나지않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이 공허함도 함께 집에 데려가는것은 싫기 때문에.


좀 더 여기에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루나의 마음을 허무하게 만드는 달빛.



왜 이렇게나 좋아하게 된 걸까.


진심이 될 생각은 없었다.


울고싶어질 정도로, 만나고 싶다.


내일 다시 만날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하루나의 마음에 꽂히는 밤바람의 소행.



닿지 않는 말을 하늘을 향해 쏘아올린다.


역시 솔직하지못한 하루나의 마음을 잔뜩.




" ... 전화정도 하면안돼? "




눈치채지못하는 타카미나가 얄밉다.


이렇게나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있다가 일어나면 시소가 기울었다.


마치 하루나의 마음이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루나의 기분과 겹쳐져서.


또다시 울고 싶어졌다.



만나고 싶다.



외로운 집까지의 길을 걷는 아스팔트 소리.


무심코 깡통을 걷어차고 싶어질 정도로.



공허함이 복받쳐온다.



이대로 새벽까지 계속 기다리자고.


그런 것조차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각에 고개를 흔들며 걷기 시작했다.


깨달아버린 타카미나를 향한 마음의 크기.


밤바람이 일파만파로 공허함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있다.


하루나는 변함없는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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