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끼리 만능열쇠를 가지고있어서 다행이다.


입구에서 인터폰을 울려도 아츠코는 나오지 않았으니까.





안절부절하며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문이 열리면 빠른걸음으로 아츠코의 집을 향하고

또다시 인터폰을 누른다



아니나다를까 나오지 않아서

또 만능열쇠를 사용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틈을 주면 돌아가라고 할거라 생각해서 소리도 내지않게, 신발을 벗고 들어섰다


그렇지만



" 윽, 히익 "



발밑의 차갑게 젖은 감각에

소리를 질러버렸다



뭐야? 젖어있어?




설마.




거실로 향하는 복도가 어두워도 보일 정도로 젖어있어서 황급히 문을 열면




" 아츠코! "




아츠코는 몇 시간 전에 봤을 때와

같은 옷을 입고 바닥에 누워있었다


몸을 안아일으키려고 만지면 비에 젖어있었는지 축축하다.



" 잠깐... 아츠코! 일어나보라니깐! "


"..."


" 감기 걸려... 그보다, 열이 심해... "



아니나다를까, 뺨을 만져보면 아츠코의 몸이 뜨겁다. 일순 망설였지만... 그런걸 신경쓸 때가 아니다



" 미안 "



한마디 사과하고서

나는 아츠코의 옷에 손을 대었다























" 하아... 지쳤어 "



옷을 갈아입히고 침대에 옮기고


열이 내려가도록 냉한시트를 붙이고.

젖은 머리도 닦아주고.


하는김에 흠뻑 젖은 바닥도 청소하고


겨우 아츠코의 곁으로 돌아왔다



침대의 끝에 앉아서, 잠자는 얼굴을 바라본다



" 뭐하는거야, 바보 아츠코 "



이대로 내가 오지않았다고 생각하면


조금 섬뜩하다


한겨울이 아니라 다행이다.



괴로워보이는 자는 얼굴에, 가슴이 아프다



아츠코는 옛날부터 위태로워서

내가 당황해하면 괜찮아- 라며 웃고서 나를 더 초조하게 하거나 했었다





이불에서 나와있는 손을 잡고...

오랜만의 감각에 눈물이 날 뻔 했다




" ...으 "


" 아츠코? "


" 응 ... 어, 라... "



희미하게 눈을 뜬 아츠코느 잠시 날 바라본 뒤 입을 열었다



" ... 꿈, "


" 꿈이 아니야 "


" 거짓말이야 ... 타카미나가, 있을 리 없어 "


" 있어, 제대로 "



알 수 있도록 손을 강하게 잡으면


아츠코는 또다시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지만, 이윽고 뚝뚝 울기 시작했다



" 타카, 미나? "


" 응."


" ... 응, 으으~ "



으왕 하며 아기처럼 아츠코가 울기 시작해서,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눈물을 닦았지만


그런걸론 전혀 부족하다



" 그렇게 울지말라구 "


" ... 으, 타카미나... 타카미나 "



몸을 일으키고, 아츠코는 나에게 달라붙듯이 안겨왔다


몇번이나 몇번이나 내 이름을 부르며



" ... 좋아해 "



좋아한다고 몇번이나 말해주었으니까



" 나도 좋아해 "



오랜만에, 한 말에 아츠코는 몸을 떼고 눈물로 적셔진 눈동자로 바라본다


아마 ... 깜짝 놀란거겠지


물어보기 전에, 다시 눈을 보며 말했다



" 좋아해, 아츠코 "



아츠코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 거짓말, 이야 "


" 어째서. 거짓말이 아냐 "


" 왜냐하면, 왜냐하면... "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는 아츠코에게

믿어달라고 하기에는


이젠 행동으로 보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서


조금 긴장하면서 얼굴을 다가가서




입술을 막았다



오랜만의 키스는 눈물때문에

조금 짰다


얼굴을 떼보면, 너무 놀랐는지


아츠코의 눈물은 멈춰져있었다




" 거짓말이, 아냐 "


" 흐, 으... "


" 다시 한번 ... 기회를, 줄래? "


" 기회? "


" 기회가 아닌가.... 나에게, 아츠코 를 행복하게 해줄 권리를 주지않을래? "



다시 한번.


아츠코가 제대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아츠코가 더... 웃어줄 수 있도록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츠코에게, 다시 키스를 하고 ... 안돼?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면



또다시 꼬옥 달라붙어온다



" 응... 응. 나도, 권리 ... 줘 "


" 무슨? "


" 타카미나랑, 함께 있을 권리 "



훌쩍훌쩍하며 코를 풀쩍이는 아츠코에게 평생을 준다고 속삭이고서, 아츠코 못지않게 껴안았다



" 후, 으으... 미안해, 미안해 ... 좋아해. 제대로 행복했었어 "


" 응."


" 함께, 있다는 걸

남길 수 없는게 싫었었어 "


" 응. "


" 지금은, 싫지않아. 제대로 알았어 "


" 그래 "



열 때문인지, 너무 운 탓인지


아츠코의 말투가 엉망이고


껴안고있는 몸은 뜨겁다.



나는 일단 아츠코에서 몸을 뗀다



" 열 오르니까... 일단 자자? "


" 싫, 어... 싫어 "


" 몸이 힘들잖아? "


" 타카미나가, 사라져버려 "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아츠코는, 아직도 내가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안심할 수 있도록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서.


먼저 침대에 몸을 쓰러뜨리고 아츠코를 불렀다



" 자, 이리와. 같이 자자 "



새빨간 눈으로 아츠코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전처럼 나에게 몸을 향해 안겨온다



감기, 옮아버리면 어떡하지


그래도 아츠코에게서 떠나고 싶지 않다.



까만 머리에 턱을 붙이고, 눈을 감는다




" 아츠코? "


" 으, 응? "


" 만나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