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우두커니 서있던 나에게 갑작스런 충격이.

등에 닥친 통증.

뒤돌아보면, 험악한 유코가 있었다.

" 너 말야! "

" 뭐 ... 하는거야, 유코 . "

" 뭐하는게 아니잖아, 리쿠 "

다시 퍽퍽 두드려진다.

" 왜 안쫓는거야? 미나미가 간신히 만나러 왔는데, 리쿠는 정말로 아무 생각도 없어? "

" 나는 · · ·. "

" 리쿠, 참견일진 몰라도 이것만은 말할게. 미나미는 확실히 둔감하지만, 너도 꽤나 둔감하다구? 있지, 헤어진 이유 뭐야? 미나미가 웃지 않으면이라던가 · · ·. "

유코가 쏘아붙이듯이 말한다.

" 나는 너보다 미나미랑 있던 시간이 길어서 너보다 잘 알고 있어. 왜 미나미가 웃지 않는건지, 진심으로 웃는 얼굴을 보일 수 없는지. "

유코가 팟 소리가 들릴 정도로 힘차게 나를 가리켰다 .

"그건! 네가 웃고있지 않기 때문이잖아! "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되었다.

어떻게 된 거다.

이해될 때까지, 사고회로가 따라오지 못한다.

" 네가 웃지않기 때문에, 미나미도 웃지 않아! 모르겠어? 반대로 말하면, 미나미가 최-고로 웃고 있을 때는, 네가 최-고로 웃고있을 때라고! "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이란건.

이런 거겠지.

나의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

실컷 생각해봐도 대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 너랑 있을 때, 미나미가 얼마나 행복하게 웃었는지, 리쿠는 너무 당연해서 잊고있었던 거 아냐? "

미나미의 미소로, 나도 웃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의.

내 미소로.

미나미도 · · ·.

" 미나미는 네 웃는 얼굴이 보고 싶으니까라며, 힘냈다구. "

유코가 이번엔 내 손을 가리켰다.

아까 미나미한테서 받은 선물.

잘 보면 본 기억이 있는 특징적인 로고가.

무심코 깜짝 놀라버린다.

혹시.

천천히 포장지를 분리하고.

자신의 손이 희미하게 떨고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중후한 상자를 천천히 열고, 그 내용물을 보고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이것은 언제였더라, 반년도 더 전에.

데이트하던 중에 우연히 눈에 띄었던 진열대.

첫눈에 반한 것은, 한 브랜드의 시계.

그때까지 그 브랜드도 시계 자체에도 별 관심은 없었지만.

" 젠장, 멋있잖아ㅡ "

삼켜질듯이 보고있었다.

미나미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있다가.

" 갖고 싶어? "

" 열라 갖고 싶어. 근데 · · · · 비싸다"

가격은 알바로 생활하는 학생들에겐 상당히 높은 것으로.

" 노력하면 살 수 있지만 · · · 그래도말야. "

여러 가지 것들을 저울질하다가.

뒷목이 잡히는 생각들로 그 자리를 뒤로했다.

그 시계의 얘기는, 그 후에 1,2번 했을 뿐인데.

미나미는.

그것을 기억하고.

라기보다는.

그때 이미 사려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나미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의 대화가 떠오른다.

갖고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어떡해서든 스스로 사고 싶다고.

그래서 열심히 할거라고.

그게, 이것이라면 · · ·.

나를, 위해서.

나의.

웃는 얼굴을 위해서.

눈앞이 점점 흐려진다.

마음이.

떨고 있다.

말론 표현할 수없는 감정이 넘쳐나서.

" 유코 "

" 뭐야. "

" 아직 · · · 늦지 않았을까? "

" · · · · 마지막 기회지. "

유코의 말에 등을 떠밀려서.

나는, 뛰쳐나갔다.





언제 이후일까.

이렇게 전력으로 달리는 것은.

자신의 거친 호흡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찾고 있는 것은 단 하나.

모퉁이 건너 조금 앞에, 고개를 숙이고 걷는 모습을 찾아냈다.

" 미나미! "

외치면서 달린다.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 미나미의 어깨가 한순간 움찔하며 반응하고 멈춰섰다 .

" 미나미 "

숨을 정돈하면서 다가간다.

미나미는 등을 돌린 채로.

" 미나미 "

다시 한번 부르면 .

미나미는, 당황해서 얼굴에 손을 댄 뒤, 간신히 되돌아보았다.

아마 울고 있었겠지.

미나미는.

그것을 숨기려고.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어색하게 웃고있다.

그저.

가슴이 꽉 찬다.

나는 그대로 달려가서, 있는힘껏 미나미를 껴안았다.

" 리, 리쿠? "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안았다.

" 미나미 · · · 미나미 · · · 난 역시 ... 네가 좋아. "

자꾸 자꾸 흘러 넘치는 것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다.

" 좋아해, 미나미. 너를 · · · 누구에게도 · · · 주고싶지않아 · · ·. "

자신의 목소리가 떨고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껴안고있는 손이 땀을 흘리고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엉망진창이라 볼품없겠지만.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 내가 노력할테니까. 이전보다 더더욱 널 소중히하고, 더 · · ·. "

" 리쿠 · · ·. "

미나미가 내 허리에 팔을 돌린다.

더 이상은 없을 정도로 안겨와서.

" 나 · · · 는, 리쿠가 · · 좋아 · · · 리쿠가 · · · 아니면 · · · 안 · · 되니까. "

울면서.

" 나 · · 말야 · · 바보 · · 니까 · · · , 여러가지 · · · 눈치못채고 · · · 실수 · · · 하지만 · · · 그래도, · · · · 그래도.. "

" 괜찮아. 나도 실수했는걸. 넌 잘못없어. "

" 하지만 · · · , 나는 · · 리쿠를 · · · ·. "

" 좋아해, 미나미 "

" 나 · · · 도· · · 리쿠 · · ·. "

미나미는 계속 내 품안에서 흐느껴 울고있다.

아.

기억났다.

처음, 미나미한테 고백할 때.

지금보다 더 둔감했던 미나미한테 한 말.

팔의 힘을 풀고, 미나미의 얼굴을 바라본다.

엉망진창으로.

하지만 눈물을 감추려하진 않는다.

입꼬리를 내린 채로.

그런 부분은 변함없다.

나는 미나미의 눈을 제대로 마주보며 말했다.


"미나미, 너, 내 여자가 되라고. "


미나미는 그 말에, 한층 더 표정을 무너뜨리고.

그래도.

제대로 내 눈을 보며.

"응."

짧은 한마디.

이걸로, 충분하다.

다시 미나미를 힘껏 끌어 안는다.

미나미도 안겨와서.

마음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미나미를 집으로 배웅한다.

상당히 오랜만이지만.

하지만, 다리는 기억하고있다.

한 손은 선물 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마주잡고.

왠지 쑥스러워서, 두 사람 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음 탓인지 걷는 속도는 느리다.

마치 아끼는 것 처럼.

" 너말야. "

" 왜? "

" 이거 · · 엄청 열심히 했나보네. "

가방을 조금 올려보인다.

" · · · · 뭐어 · · · 그렇지 · · ·. "

" 나는 어떻하면 좋은거야. "

" 에 · · · 차고 · · 안다닐거야? "

" 말고, 보답 "

" 그런건 딱히 · · ·. "

" 그럴 순 없다고 . "

" 하지만 · · ·. "

" 나도 말이야, 아르바이트비 꽤나 모았으니까, 생각해둬. "

미나미네 집에 도착했다.

" 뭐가 좋아? 뭔가 원하는 거 있어? "

" 원하는 거 · · ·. "

" 응, 원하는 거. "

미나미는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그냥 아무 말도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왔다.

집게손가락이 내 가슴근처를 가볍게 찌른다.

" 리쿠 "

" 응. "

" 리쿠, 를 원해. "

" 엑. "

눈을 올려보며 그런 말을 하니까.

찔린 가슴의 고동은 빨라지고.

" 무슨 말을 하는거야 . "

" 안돼? "

" 안된다고 할까 · · · · 벌써, 네 것이잖아. "

그렇게 말하자.

미나미는 기쁜 듯이 웃는다.

작은 목소리로, 역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 더 · · · · 갖고 싶어 · · ·. "

그런 말을 하니까.

아아.

사랑스럽다는 감정은.

분명 이런 것이다.

나는.

이번엔 감싸듯이 미나미를 끌어안았다.

짧아진 머리카락에 키스를 하고.

문득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미나미가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았다.

" 리쿠 "

" 왜. "

" 역시 달콤한 냄새가 나네. "

언제였던가 나눈 대화.

" 그래? "

" 응. "

그래서.

나는 웃었다.

" 먹어도 · · · 괜찮아. "

미나미는.

기쁜듯이.

정말로 기쁜듯이 웃었다.

"응 · · · 그럼 · · · 먹을래. "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까치발을 한다.

아마 처음이 아닐까.

미나미로부터.

닿을 뿐인 부드러운 키스.

" 너, 좀 더 먹으라구. "

" 응 · · ·. "

조금 곤란한 듯 수줍은 듯한 얼굴을 하니까.

이번엔 내가.

지금의 이 기분을 확인하듯이.

깊고 깊은 키스를 했다.


" 이제, 시간이야. 집에, 들어가. "

" 응 · · ·. "

이별은 아쉽지만.

이 느낌은, 다음 만날 때의 기대감이 된다.

" 리쿠, 내일도 알바? "

" 아아. "

" 그럼, 내일도, 가도 돼? "

" 안돼. "

" 에. "

눈썹이 내려간다.

" 내일도 만나고 싶은걸 · · ·. "

" 너말야, 자신이 여자란걸 자각하라고 말했지. "

" 응? "

" 이런 시간에 돌아다니지 마 . · · 내가 올께. 내가 알바 끝나면 올 테니까. "

미나미의 표정이 펴지기 시작한다.

" 기다리라구"

" 응, 기다릴게. "

기쁜듯이 웃으며.

분명.

아아, 분명.

스스로는 안보이지만.

나도 기쁜듯이 웃고있다.

"그럼 가볼게. 이거, 고마워. "

가방을 가볍게 들어올리고서, 그 자리에서 떠났다.

" 응, 잘자, 리쿠. 내일 봐. "

" 아아, 잘자. "






사소한 계기로, 길이 분리되서.

헤매면서 걸어간 그 앞에는.

다행히 길은 또다시 하나가 되어서.

중요한 것을.

깨닫기 위해 돌아간것인지.

대답은 하나가 아니겠지만.

그렇지만.

단 하나라도.

깨달았으​​니까.

내일도.

모레도.

나는 미나미를 생각하며.

웃고 있자.

때때로 화내거나 울거나 할지도 모르지만.

그 후에는 반드시.

웃고 있자.



네 미소가 보고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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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