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지, 이번 휴일엔 뭐할래? 어디 가고싶은 곳 있어? "

전화 저편에서 리쿠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항상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신경써준다.

특히, 그 일이 있고 나서.

아주.

신경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대해지는 스스로에게, 조금.

화가 난다.

" 리쿠, 학교도 아르바이트도 바쁜데 전혀 쉬질 않잖아. 가끔 집에서 편히 쉬는게 어떨까. "

" 에· · · 뭐, 그래도 · · ·. "

" 내가 갈 테니까. "

" 오 "

조금의 용기.

그 앞에 있는 곳.

도착하기 위해선.


리쿠의 집입니다.

몇 번을 와도 역시 조금 긴장한다.

리쿠의 가족도 여러 번 만났다.

어떤 식으로 생각되어 지고있을까 라던가.

처음 리쿠의 방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난다.

점프를 읽고, 게임을 하고, 대개 색기없는 것들만 했을뿐이었지만.

나나 유코의 방과는 다른, 독특한 공간.

무엇보다.

리쿠의 향기가 가득해서.

신기하게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다.

거듭해서 올 때마다 조금씩 변해져있고.

내가 사준 것.

함께 산 것.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져있는 것 만으로도, 조금 기쁘다.

" 사 왔어? "

방에 들어가자마자 리쿠가 물었다.

" 응. "

사달라고 한 것은 콜라와 감자칩.

콜라는 내가 좋아하는거지만, 어느새 리쿠도 자주 마시게 되었다.

" 갑자칩은 왜? "

" DVD 감상엔 감자칩이잖아. "

" 에, DVD ? "

아무 생각없이 온 만큼 맥이 빠진다.

" 엉, 학교 친구한테 빌린 거야. "

리쿠가 빠르게 감자칩을 가방에서 꺼낸다.

옆에 앉고서.

가방을 두는 장소도 정해져있다.

오늘은.

그 가방 속에 평소와는 다른 것이 있다.

" 미나미, 여자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돼. "

그렇게 말하며 유코가 줬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것.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도 꽤나 있는 듯 싶다.

리쿠는 그런 부분도 제대로 해서.

자신의 욕망에 따를뿐이라면 반드시, 어떤 타이밍에 실수가 일어난다.

한순간의 틈에서.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런 것은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정도로 당연하게.

리쿠는 저를 신경써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 사랑받고있네, 미나미 "

유코가 부드러운 미소로 말해 주었다.

솔직하게 기뻐할 순 없다.

역시.

나도 마찬가지로.

리쿠를 신경쓰고 싶으니까.

좀 더.

좀 더.




리쿠가 빌린 DVD는 코미디DVD였다.

특별 방송에서 장시간 하던 거다.

콜라를 마시고, 감자칩을 먹으면서, 둘이서 어깨를 나란히하고 웃는다.

" 이야, 존나 웃기네. "

자세를 무너뜨리면서 웃고있는 리쿠.

즐거운듯이 웃고있는 리쿠를 보면 나도 따라서 웃게된다.

때때로 평소대로 대화도 하면서.

가까운 거리에서 말한다.

나는 두근두근 하고 있는데.

단지 리쿠가 상냥하게 웃고있는 것만으로도.

답답해진다.

"응? 왜그래? "

내가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걸 리쿠가 깨닫고선.

"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

" 뭐야. "

" 으-응. "

" 말하라구 "

어깨를 둘러지고, 이마가 달라붙을 정도로 거리가 줄어든다.

무심코 홀린듯 바라보게된다.

리쿠의 표정이 변한다.

눈은 부드러운 채로.

" 그런 눈으로 보지 마. "

안아준다.

감싸는듯이.

" 리쿠 · ·. "

작게 이름을 부르며 리쿠의 허리에 팔을 돌렸다.

떨어지고 싶지않다.

이대로.

" 진짜 어쩐 일이야"

머리위에서 들리는 리쿠의 말.

" 조금· · ·. "

" 조금? "

" 조금, 응석부리고 싶어서. "

부끄러워서, 리쿠의 가슴에 얼굴을 더더욱 묻는다.

" 뭐야 · · ·. "

중얼거리듯이 리쿠가 말하곤, 꼭 껴안는 힘이 더욱 강해졌다.

" 귀여운 말을 해주고. "

얼굴와 귓가에 무수히 키스를 떨어뜨린다.

그렇다.

원하는 것은.

조금 떨어져서, 이번에는 이마를 붙이며 바라본다.

그 눈에는 내가 보이고.

거기다 그 안쪽에는 부드러운 빛이 있어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가까이가서.

겹쳐진 입술의 열기는 더더욱 올라간다.

숨을 쉬는 것은 나중이라도 좋다.

탐하는듯이 키스를 하고.

아직 부족하다는 듯 쫓아가서.

몸의 중심에서 솟아오르는 충동을 막을 수 없다.

빨리.

" 아아, 젠장. "

낮게 신음소리를 내고, 리쿠의 입술이 내 목덜미를 더듬기 시작했다.

보고있진 않지만 텔레비전에선 떠들썩한 소리가 나고.

그런데도 내겐, 리쿠의 거칠어져가는 숨결밖에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원하고 있던만큼 민감해져있어서.

조금 달라 붙어있는 것만으로 몸은 반응한다.

" 리쿠· ·. "

" 너, 그 목소리는 진짜 반칙"

리쿠의 입술이 위로 돌아와서, 그 틈 사이로 더 뜨거운 것이 들어왔다.

이어져서.

숨이 섞이고.

리쿠의 손이 옷 속에 미끄러져 들어오고.

이젠 더 이상은.

이 이상은.








발소리가 다가왔다.

리쿠가 단번에 떨어졌다.

그 순간, 리쿠의 방문이 열렸다.

" 리쿠, 좋은 DVD가 들어왔다고, 함께 보자 · · · · ·. "

아아.

낙담한다는 건 분명 이런 것일테다.

" 아 · · · ·. "

그 목소리의 주인이 어떤 얼굴을 하고있는진 보지않아도 알 수있다.

" 너 임마. "

리쿠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군다.

"아 · · · 아 · · · , 미안 · · · 난 · · · 그 · · · 갈게. "

" 카이 "

가려고 하는 것을 불러세운다 .

마치 녹슨 갑옷처럼 끼익 소리가 날듯이 어색하게 돌아보는 카이.

" 모처럼, 왔으니까. "

이렇게 말하면, 카이는 한심해보이기도 미안해보이기도 하는 얼굴을 하고서 나와 리쿠를 번갈아 보았다.

" 미나미ㅡ. "

리쿠는 반항하는것처럼 내 이름을 부른다.

" 유감스럽지만, 말야. "

" 진짜로. 분위기 파악좀 하라고 새끼야! "

" 미안, 진짜 미안. "

카이가 앉을 공간을 만든다.

" 유코한테 말해버릴테니까. "

아이같이 툴툴대는 리쿠를 보며 무심코 웃어버린다.

" 그것만은 참아달라고. 미안해, 미나미쨩"

카이의 눈썹은 끝이 쳐져있다.

" 있지, 좋은 DVD라는건? 지금 보고있는거 끄고 그거 볼까? "

내가 말하자마자 두 사람 모두 말을 더듬는다.

" 아니, 이건 뭐 · · ·. "

" 카이가 고른거 따위, 어차피 별거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미나미 "

" 아, 그, 그래. 잊어줘, 미나미 "

두 사람 다 감자칩을 입에 퍽퍽 집어넣는다.

· · · 이상해.

" 신경쓰이는데. 무슨 DVD? "

" 아니, 그러니까 · · ·. "

" 보여줄래? "

카이를 가만히 응시한다.

카이가 시선으로 리쿠에게 도움을 청하고있다.

" 보여줄래? "

리쿠한테도 똑같이 말했다.

리쿠는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보여줄래 ? "

다시 한번 카이한테 말하면, 카이는 가지고 온 가방을 머뭇머뭇 내밀었다.

봉투에는 DVD가 두 개 들어있다.

처음으로 손에 잡아봤다.

"이거 · · ·. "

흔히 말하는, AV라는 거다.

낯부끄러운 제목과 거의 벌거벗은 여자의 패키지.

두 사람 모두 침묵하고있다.

그렇네.

건강한 남자라면 이건 보통이다.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 나 · · · 돌아갈까? "

" 아니, 미나미, 이건 말야 · · ·. "

" 미안, 미나미. ​​내가 돌아갈 테니까. 리쿠는 잘못없으니까. "

" 뭐라해야하나 그, 필요 최소한이라고 할까, 이런거 자주 있는게 아니니까? "

두 사람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당황하고있다.

" 건강한 남자한텐 보통 일, 인거지? "

" 어, 아, 뭐. "

" 알고있어, 그 정도는. "

딱히 신경안써.

그런 분위기를 만든다.

두 사람은 조금 안심했는지, 평소대로 돌아왔다.

결국.

셋이서 코미디 DVD를 끝까지 보았다.

즐거웠지만.

마음은.

마음 속은 

계속, 쿡쿡 쑤시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