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쿠미나]네가 만져줬으면 싶으니까 3
" 미안해, 미나미. 카이는 정말로 타이밍 안좋아서. "
" 어쩔 수 없지 · · ·. "
또다시, 유코의 집이다.
" 좋은 느낌을 방해한데다, 뭐? AV 가져왔다고? 바보라고 해야하나, 오히려 대단하네. "
유코는 웃고있다.
" 있지, 유코. "
" 왜? "
" 카이가 AV 보는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
" · · · 응. 왜냐하면, 남자라는건 그런 건 걸. "
" · · · 그렇 · · · 겠지. "
" 그거야, 자신이 아닌 여자의 알몸을 보고 흥분하는 것은 조금 복잡하지만, 어쩔 수 없지. "
" 어쩔 수 없는, 거야? "
" 남자와 여자는 성욕의 메커니즘이 다른걸. "
유코는.
정말 나보다 이것저것을 알고 있어서.
여러가지로 받아들여서.
부럽다.
" 남자의 성욕은 · · ·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는데. "
" 있는데, 근데? "
" 그렇다면 왜 · · · · 왜 나에게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거야? 이전에는, 약간의 틈만 있으면 금방 · · ·. "
" 이전에는? "
유코가 말해서, 팟 떠오른다.
이전에.
아, 혹시.
" 미나미, 혹시 말야. "
이런이런 하는 얼굴로 유코가 웃고있다.
" 전에 H하기 싫다든가 말 했었지? "
정말 .
어째서 알아차리는거지.
답하지 않아도 내 표정으로 유코는 깨달은 것 같다.
" 꽤나 신경쓰는것같아, 그런거 "
역시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 어떡하지. "
" 그런거 간단하잖아. "
" 응? "
" H하고싶다고 말하면 "
당연한듯이 말한다.
" 그런거 말할 수 없으니까 곤란한거잖아 . "
" 쉽잖아, 단 다섯글자라고. 힘내봐. "
" 우ㅡ· · ·. "
그렇다.
단 다섯 글자를 말할 수 없다.
사랑받길 원하는 주제에.
나는 얼마나 겁쟁이인지.
나는 얼마나 비겁한걸까.
기다리면.
기다리고만 있으면.
리쿠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고.
어딘가 안심하고 있었다.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안되는데.
그때부터.
리쿠의 집에서 있던 일의 리벤지는 할 수 없었다.
어찌됐든,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한동안 집에있는 듯.
그런 곳에 놀러 갈 순 없다.
한다고 하더라도 천천히 할 순 없으니까라며.
괴로운 기분은 날이 갈수록 더해간다.
리쿠와 함께있을 때는.
그 입술을 보고있다.
그 손가락을 보고있다.
더이상은.
한계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의 데이트.
서로 학교라든지 실습이라든지 바빴으니까.
오늘은.
각오를 다지고 왔다.
마치 처음인 것처럼, 두근두근 하고있다.
벌써 오랫동안 사귀어왔는데.
사이에 여러가지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좋아한다.
약속 장소에 리쿠는 벌써 도착해있다.
그러고보니 전에.
누가 리쿠한테 말을 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리쿠는 다른 사람이 봐도 역시 근사하니까.
독차지하고있다.
리쿠를.
아무도 모르는 표정도 목소리도 알고있다.
나만 알고있다.
지금은 그런 약간의 우월감이, 내 안에 있는 열등감을 누르고 있다.
리쿠가 나를 보고서 손을 올린다.
" 기다렸지. "
" 오. "
바로 연결되는 손.
그 미소에.
마음이 녹아간다.
쇼핑을 하고 밥을 먹고.
밤의 거리를 거닐며 걷는다.
" 그럼, 어디가서 차라도 마실까? "
천천히 걸으면서 리쿠가 말한다.
아무말도 않고 바라보고 있으면 리쿠가 눈치채고.
"응? 왜?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
아아.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어.
"아, 저기 · · ·. "
" 응? "
들리도록 약간 몸을 굽혀 귀를 기울여 준다.
" 호 ... 호텔 · · · · ·. "
다섯 개의 글자를 말못하는, 내가 어떻게든 꺼낸것은 두 글자.
" 호텔? "
리쿠는 아무것도 아닌듯이 말한다.
조금 생각하는듯이 있다가.
" 뭔가 · · · 이벤트라던가 하고있었나? "
그런거?
스위츠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서.
그러고 보니 호텔 뷔페나 페어에 자주 갔었지.
" 응 , 모르겠네. 어느 호텔? "
" 에 · · · · 어디라도 · · ·. "
" 어디라도? "
" 어디라도 좋아· · · · ·. "
부끄러워서.
무심코 아래를 향해버린다.
" 어디라도 좋은 호텔, 어디라도 좋은 호텔 · · · 그런데 있었었나? "
리쿠가 한동안 착각한 채로 중얼거리고 있다가.
문득.
아무 말도 없게 되었다.
그 표정을 보면.
깨달은 것 같아서.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리쿠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었다.
단 몇 초의 침묵.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 아 · · · 그 · · · 역시 · · · ·. "
" 좋아. "
그 눈은 예리하다.
" 미나미 "
" · · · · 왜 · · · 에? "
" 조금 걷지만 괜찮아? "
" · · · · 응. "
" 부끄러우면 밑을 보고있어. 손은 안놓을테니까 괜찮아. "
그렇게 말하고.
리쿠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난 그냥.
손이 끌리는 대로.
처음 가보는 곳으로.
거기는 넓지도 좁지도 없는 방으로.
심플하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도 들고.
방 입구에서.
어쩔 줄 모르고 내내 서있다.
리쿠는 가방을 놓고 소파에 몸을 던젺다.
" 이쪽으로 와. "
초대된다.
마찬가지로 가방을 두고.
" 이런 곳, 처음이지. "
" 응. · · · · 리쿠는? "
" 나는 · · · · 처음은 아니지만. "
" 그렇 · · · · 지. "
" 꽤 옛날의 이야기야. 너와 사귀고 난 뒤로는 없어. "
" 응. 알고있어. "
어딘가 어색하다.
" 있지. "
" 왜? "
" 지난번에 그거, 신경쓰고 있다면말야. "
" 지난번? "
" AV "
" 아 · · · 그거 · · ·. "
갑자기 말이 돌려져서, 조금 당황했다.
" 뭐라고 할까 · · · , 남성 특유의 생리 현상이랄까ㅡ, 어쩔 수 없는거야. 거기에 특별한 감정이 있는것도 아니고말야. "
" · · · · · ·. "
" 가끔 그런 식으로 안하면ㅡ 컨트롤 할 수 없게된다 해야하나. 그러니까, 그건 신경쓰지마. 별거 아니니까."
" 리쿠 "
" 응? "
" 나 정말로, 신경쓰지 않아. "
" 그래? "
" 응. "
" 그렇지만 · · · 갑자기 이런 곳에 와서 · · · 무리하지 말라구. "
너무 친절한 리쿠의 말에, 내 안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 무리할거야. "
" 엑. "
" 무리해도 괜찮잖아. "
" 왜그래, 미나미 "
" 그치만 좋아하는 걸. "
리쿠를 올려다보면,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있다.
" 좋아하니까 · · · 리쿠도 제대로 좋아해줬으면 하니까 · · ·. "
" 무슨 소릴 하는거야, 나는 제대로 · · ·. "
" 최대한 만족시켜 주고 싶어. 마음도 · · · · 몸도. "
" 미나미 · · ·. "
" 남자와 여자가 다르단 건 알고있어. 하지만 다른 사람으로 해소할 정도라면, 나라도 ... 나라도 좋잖아. 별거 아니란건 알고있어도 · · · 가능하면 · · · 다른 사람한테 리쿠를 뺏기고싶지 않아. "
말이 끝나자마자 리쿠가 힘껏 껴안았다.
" 너말야, 정말로 위험하다고. "
" 리쿠 "
" 이젠 모르니까. "
" 에? "
" 스위치 켜졌으니까. "
" 에? "
리쿠의 눈이.
날카롭게 빛난다.
마치 물어뜯는 것처럼 입술을 빼앗긴다.
옷에 손을 대는 것도 거칠고.
더이상은.
숨도 거칠고.
목덜미에 달라붙어서.
쇄골을 혀로 더듬다가.
갑자기 리쿠가 일어섰다.
억지로 손을 끌려서 나도 일어섰다.
이끌려 간 곳은, 조금 큰 침대.
리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이번에는 자신의 옷에 손을 댔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 손을 막았다.